[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사람이 지어낸 독서 vs 독서가 만들어낸 사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15 13:55
  •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예전까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가을은 입시를 위한 자기소개서에 몇 줄 기재하는 독서활동 기록의 계절로 전락하였습니다. 형식적인 독서활동, 독서가 없는 독서활동 기록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양이 얕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소양을 쌓을 수 있는 독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성향, 지식과 지성을 추구하는 심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 새로운 시리즈 연재를 시작합니다.

    어떻게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경험을 만들까요?

    푸른 산과 들판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만약 이전에 다녀온 적 있는 여행지의 낯익은 산과 들을 다시 본다면 그곳이 어디인 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했던 장소인지 기억이 떠오를 것입니다. 산길 가장자리를 걷는 일행을 보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서 안쪽으로 걸으라고 말을 합니다. 한참을 걸으니 몸이 고되고 지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푸른 산과 들판을 보면서 우리 마음은 기분이 좋아지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산을 바라보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떤 것을 대하거나 상황에 처해서 나오는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반응에는 감정이 아니라 생각도 있습니다. 산을 보면서 좋다고 느끼다가 ‘여기를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언제였지?’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경치와 비슷한 경치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도서관 책꽂이에서 내가 찾으려는 책을 찾듯이 이전에 경험했던 일의 기억 중에서 지금 보고 있는 광경과 관련된 기억을 찾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기억이 떠오르느냐에 따라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을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산에서 길 가장자리를 걷는 일행을 보고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세 사람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걷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다른 사람은 길 바깥쪽이 낭떠러지지라는 것을 생각하며 걱정을 합니다. 마지막 사람은 이전에 산길을 걷다 실족해서 크게 다친 경험이 있어서 그것을 기억하며 지체 없이 일행에게 안쪽으로 걸으라고 말을 합니다. 

    실제로 경험했던 기억이 현재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만 경험 말고 지식도 영향을 미칩니다. TV에서 좋은 공기, 피톤치드, 걷기 운동 등이 얼마나 건강에 유익한지 본 적이 있다면 산행이 자신을 건강하게 해주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다음에도 또 올 것을 계획합니다.

    앞에서 산을 좋아하게 되어 산을 보면 무조건 행복해지는 경우를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런 반응은 매우 즉각적인데 반해 지식을 떠올려 이것이 어떤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일면 선택적입니다. 산행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는 지식이 있지만 동시에 다음날 직장이나 학교에 제출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의에 의해 집 근처 산을 왔다면 그런 지식이 힘을 발하지 못합니다.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하거나 억지로 오게 되었다고 짜증이 나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나 과제를 할 시간계획을 세워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면 바쁜 와중에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산행을 하게 되어 기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지식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을 좌우하는 ‘태도’라는 것도 있습니다. 태도는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지 결정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태도 역시 하나의 경험이 되어 기억에 남길 수 있음을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쁘고 지친 와중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였더니 일을 잘 해결하고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경험은 이후로 기억에 남아 다음의 태도를 만들고 생각을 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