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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대개 그릇에 관심이 많아지게 된다. 친정어머님이 장만해주신 혼수용품 말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명품 식기에도 슬슬 관심이 가는 거다.
그런데 요즘은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그릇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세라믹페인팅’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술을 전공하는 예쁜 두 딸과 청계산 자락에서 행복하게 살고 계시는 청계공방 한승희 작가님을 만나본다.
Q 세라믹페인팅이 무엇인가요?
A 세라믹페인팅은 초벌구이(비스퀴, Bisque)된 그릇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상을 입힌 후 유약을 발라 고온의 가마에 굽는 것입니다. 2008년 수강생들과 전시회를 열었는데 제목이 ‘뽈레 뽈레(pole pole)' 였습니다. 스와힐리어로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이지요. 세라믹페인팅은 창작 과정 속에서 힐링을 하게 되는 작업입니다. 실제로 암 투병 중이시던가 우울증을 앓고 계시는 분들도 찾아오십니다. 통상 3시간 정도 작업을 하는데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할 수 있어 좋다고 하십니다. 그림은 통상 작가의 붓대로 작품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세라믹페인팅은 가마에 굽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와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작가의 영역과 불의 영역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작가가 겸손해질 수 있는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Q 청계산으로 오신 후 작가님의 작품에 변화가 있었나요?
A 경기도 수지에서 ‘한스포토리’라는 공방을 운영해오다 3년전 청계산 자락으로 공방을 옮겼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불편했으나 이내 자연의 친숙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방 바로 뒤편에 청계산 등산로가 있습니다. 가끔 산책을 나가는데 산에서 듣는 빗소리는 도시에서 들었던 것과 많이 다릅니다. 요즘 작품은 예전에 비해 디자인과 문양, 색감 등이 편해졌습니다. 자연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점점 더 단순해집니다. 어떤 분은 요즘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초보자가 만들었냐고 묻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서, 세월 속에서 복잡함 보다는 순수한 것들에 매력을 새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자연이 주는 선물일 것입니다.
Q 요즘 샵인샵이 트렌드인데 한 공간에서 작가님은 공방을, 부군께서는 카페를 운영하시는데 어떤 이점이 있나요?
A 남편은 사실 무역관련 사업을 했습니다. 수입 아이템이 생두라고 해서 제가 공동카페를 제안한 것이지요. 남편이 운영하는 카페는 생두를 직접 수입하기 때문에 항상 갓 볶은 신선한 원두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뉴얼대로 정직하게 만들다보니 좋은 맛이 유지됩니다. 카페 안쪽에 공방이 있습니다. 커피 향이 은은한 곳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페인팅 작업을 하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잊을 정도입니다. 운영비 면에서 절약이 되는 것은 덤입니다.
Q 두 따님이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어떤 직업을 희망하는지요?
A 큰 딸은 산업디자인(서울여대)을 전공하는데, 어릴 때부터 기계나 핸드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획 등 확장된 여러 분야에 관심이 커지면서 스스로의 길을 찾는 경우입니다. 둘째 딸은 조소(국민대)를 전공하는데 조각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둘째의 꿈은 미국 ‘픽사’에 입사하는 것입니다. 캐릭터나 그래픽 관련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관한 공부가 필요해서 조소과에 입학했습니다. 두 딸 모두 미술이 내재되어있는 산업을 선택했다고 봐야하는데, 현대산업에서 미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고 봅니다.
Q 두 따님 이야기와 자녀의 결혼에 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A 큰 딸과 작은 딸은 정말 다릅니다. 큰 딸은 무심한 듯해도 깊은 정이 있고 작은 딸은 말과 행동으로 엄마를 이해하고 위로해줍니다. 우리 아이들은 카페에서 일을 합니다. 손님이 오시면 인사도 하고 커피도 대접합니다. 이곳도 작은 사회입니다.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은 공부라 생각합니다. 대학생인 딸들과 자주 대화를 하는 편인데 결혼 그 자체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지 삶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자들이 좋은 곳으로 시집가서 행복했다는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대로 본인들의 인생을 기획하고 만족도가 높은 생활을 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전문가의 팁] 엄마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미술 교육
어릴 때는 색칠할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사주었습니다. 서점 가보시면 다양한 종류의 색칠 공부 책이 정말 잘 나와 있습니다. 책을 주고 혼자 하라고 하면 지루했을 텐데 제가 워낙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항상 함께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외출할 때 크레파스와 작은 크기의 스케치북을 항상 챙겼습니다. 카페 같은 곳에서 엄마들 모임이 있으면 따라온 아이들은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자유롭게 그리라고 해도 좋고 엄마가 살짝 밑그림을 그려줘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그림공부의 시작을 색칠하기로 하면 색감도 좋아지고 작품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요즘은 성인들을 위한 컬러링북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고 이사를 하면서 많은 짐들을 버렸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그린 그림들은 모두 보관했습니다. 그 속에는 아이들이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집 안 한 쪽 벽에 아이들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걸어놓으면 훌륭한 갤러리가 될 것입니다. (청계산커피볶는공방 031-752-6626)
[샤론코치 이미애의 생각]
인터뷰를 앞두고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많은 생각을 하신다. 내가 뭐 할 말이 있냐고 쑥스러워하시기도 하고, 독자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가지신다. 긴 시간의 인터뷰를 마치면 내 인생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맙고, 인생의 중간 점검을 한 느낌이라고 말씀하신다. 한승희 작가님도 그런 문자를 보내주셨다. 한승희 작가님을 직접 뵈면 온화하시고 미소가 참 곱다. 그런데 그 미소 속에는 열정이 숨어있다. 한승희 작가님의 더 멋진 작품을 기대하며 이 칼럼을 마친다.
[샤론코치가 만난 워킹맘&워킹대디] 미대생 두 딸과 행복한 청계공방 한승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