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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재에서 연계되어 출제된다는 원칙 때문에 우리 아이들 교재가 EBS로 바뀐 지는 오래되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전보다 연계되는 교재 종류가 줄어든 덕에 아이들 부담도 조금은 감소된 것 같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다른 툴툴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공부할 책의 양이 줄어들어서, 더 꼼꼼하게 봐야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양이 적든 많든 꼼꼼하게 봐야 하는 건 변함이 없는 것인데, 왜 그리 힘들어하는가?’ 라는 의구심을 갖고 아이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그러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똑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의 아이였다.
학생들 중 종종 같은 책을 여러 번 보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깨끗한 새 책은 풀어보고 싶고, 읽어보고 싶은데 자신이 한번 본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진도가 나가고 더 많은 것들을 풀어보는 것은 공부한다는 느낌을 주고 그렇지 않고 자꾸 뒤돌아 복습하는 것은 ‘공부한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봤던 책을 다시 보는 것을 힘들어한다. 덕분에 복습을 제대로 안 해서, 실력 향상이 투자에 비해 더디기만 하다. 보던 책을 또 보고, 빠진 것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길임은 익히다들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손이 가지 않은 ‘내가 한번 본 책’ 어떻게 다시 볼 수 있게 할까?
필자는 그냥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키는 편은 아니다.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억지로 한다고 해서 효율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보자고 하는 편이다. 봤던 책을 다시 잘 못 보는 친구들에게는 같은 책을 여러 권 구매하게 시키기도 한다. 돈은 아깝긴 하지만, 복습하지 않으면 기껏 했던 공부가 의미가 없어질 수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기가 썼던 책은 다시 못 보지만, 새 책으로 구매해서 보게 되면 또 곧잘 본다. ‘새 책’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EBS에서 연계 교재를 다운로드해 쓸 수 있는 것은 꽤 유용하기도 하다.
EBS 사이트에 들어가서 연계 교재를 찾아보면 다운로드해 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나 다 가능하다. 복습하기 힘든 친구들에게는 여기서 다운로드해서 다시 풀어보자고 한다. 물론, 처음 풀 때는 반드시 책으로 공부하길 추천한다. 프린트 같은 경우는 풀어두고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를뿐더러, 정리해서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미 공부한 책을 다시 보기 정말 싫은 학생들에 한해서만, 혹은 너무 필기를 열심히 해서 원래 글을 알아보기 어려운 학생들만 프린트해서 다시 공부하게 한다. 또 전 범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만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일부만 뽑아서 다시 보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수능이 쉬워지는 추세이고, EBS 교재를 바탕으로 연계해서 출제하는 경향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반드시 교재를 다시 몇 차례 반복적으로 보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 영 자기가 필기한, 혹은 풀어본 교재를 다시 보기 어려운 학생들이라면 꾸역꾸역 책을 다시 보려 하지 말고, 새로 프린트해서 써보자. 나도 모르게 어렵지 않게 복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필기나 풀이를 보고 ‘반성’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길이지만, 최선이 안되면 차선도 때로는 방법이다. 공부의 큰 길은 하나지만, 그 곁가지의 작은 길까지 모두 다 같지는 않다. 복습을 위한 작은 길은 여러 갈래이니,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보자. 그 끝에 있는 ‘공부의 완성’과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반복하기 싫은 학생을 위한 EBS 다운로드 활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