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조직의 재발견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7.02 14:19
  • 추론은 개념과 개념과의 연결이다. 추론이라는 것은 우리가 정한 뜻을 조작하는 것에 불과하다. 크기가 없으면 사물이 없어지고, 모양이 없는 물체는 없다. 철학은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종합이 연역이고 분석이 특수에서 보편, 즉 귀납이다. 기독교에서는 중세에 완전선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요즘의 의학도 육체와 정신을 딱 나누고 서양의 의학이라는 것은 데카르트에게까지 문제된다. 프로이트는 기억과 망각을 집대성했고 서양에서 기억과 망각은 같이 간다. 키에르케고르는 실존주의를 열어줬고 서양에서 처음에 윤리학이 가능했던 것은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에게서였다. 소크라테스의 이전에 있던 사람이 변증법을 만들었지만 플라톤이 집대성했다. 데카르트나 칸트에게 존재라는 술어는 대상에 적용할 수 없는 술어이고 존재는 술어, 속성이 아니라고 칸트는 보았다. 『조직의 재발견』(우석훈, 개마고원, 2008)의 저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고, (주)한국서부발전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장의 실패만큼이나 조직의 실패라는 것도 발생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집합을 형성하는 것이 조직의 정의이며 조직론이라는 이론이 경제학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991년 로널드 코스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된 다음부터라고 말한다. 또한 정부조직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던 지난 수년간, 사실 정부조직은 전체적으로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져갔고 사람은 돈만 주면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며 경쟁력은 시장에서 가격과 품질, 혹은 이 두 변수의 결합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 자본주의를 조직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유신시대의 군대 모델이 위기에 봉착한 이후에 새로운 조직 모델의 대안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중이고 기업은 이익을 늘려서 새로운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거나, 아니면 오히려 아웃소싱 같은 것을 통해 몸집을 줄이며 이 모든 것에 내포된 기업활동의 핵심은 ‘영원히 존재하고 싶다’라는 철학적인 속성이라고 저자는 본다. 또한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기업이고 우파 경제학에서의 조직론은 기업이론에 집중되어 있으며 좌파들이 조직론 분야에서 가장 많이 기여한 분야는 사회심리학 분야라고 한다.

    아직도 많은 좌파들은 돈을 매개로 움직이지 않는 조직이 돈을 매개로 움직이는 조직을 이긴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협동조합과 관련된 이론가들은 인간을 처음부터 협동하는 존재라는 테제를 중심으로 이론을 세우는 경향이 있으며 잘사는 사회일수록 오히려 돈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비정부기구(NGO)의 영역이 더 커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조직론의 연구대상은 조직으로 움직일 때 발생하는 특수성이고 군대와 가정, 교회라는 세 가지 기본 모델의 이데올로기를 가장 끝까지 밀고 간 사회가 미국 사회이며 조직은 언제나 너무 많은 돈을 구성원들에게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구성원들은 자신이 기여하는 것에 비해 돈을 너무 조금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종교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그 대신 창업자를 신처럼 모시는 기업들은 종종 발견되고 이따금 공무원 조직이 기업 조직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는 칸막이 때문이며 제대로 된 조직에서 어떤 사장이나 어떤 단체장이라도 조직원들끼리 협력하고 서로 도우라고 말하지, 서로 경쟁하라고 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팀이나 과 혹은 부 같은 단위 내부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대개 조직을 위해 좋지 않고 흔히 당 간부라고 표현되는 비공식 특권계층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모든 것이 내부화된 사회에서는 필연적이며 시장은 상품가격이라는 정보와 상품의 질이라는 정보를 위주로 움직인다고 저자는 본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조직들은 경제조직이든 비경제조직이든 보통은 생긴 지 5년이 지나면 내부에서 비공식조직들이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일반적으로 민간기업은 영원하기가 어렵지만 정부는 영원히 지속되는 존재라고 가정하며 훌륭한 스님이 떠난 절이 결국 폐허가 되는 것처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조직은 결국 붕괴한다고 한다. 또한 자본주의는 산업혁명과 같은 산업활동에서 출발했고 중소기업 위기의 핵심은 시장에 대한 찬미가 극대화되고 기업가를 동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도 정작 기업으로서 생로병사 사이클을 걸어가기 위한 새로운 기업조직을 만드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이며 한국에서 깊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를 경제조직의 관점으로 볼 때, 제일 심각한 것은 생산에 관여하는 기업들의 위기라고 한다.

    저자는 영속성을 가진 조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군대이고 한국 기업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기업과 달리 처음부터 군대 자체를 모방하면서 조직을 만든 경우이며 군대는 조직으로서는 효율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 전체가 군대처럼 작동한다면 심각한 내부 문제를 잉태하게 된다고 본다. 또한 관료화는 공무원의 경우처럼 영속성이 완벽하게 보장된 조직에서 생겨나게 마련이고 경영성과라는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대학 특히 민간사립대학의 경영상태와 경영방식은 최악이며 같은 시험을 준비해서, 같은 방식으로 입사 과정을 거치는, 끔찍할 정도로 균질도가 높은 집단이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라고 저자는 본다.

    기업의 내부까지 완벽하게 시장원리로 구성된 조직은 결국 망하고 모든 조직은 정보의 흐름이 원활하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에 단절이 생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어떻게든 칸막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미국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신뢰는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또한 좋은 기업조직인지 아닌지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판단할 때 가장 확실한 기준은 영속성이고 좋은 기업이란, 그 조직원들이 자신이 왜 그곳에 존재하는지를 스스로 잘 설명해낼 수 있는 기업이며, 이것을 월급으로 설명하는 조직은 가장 열등한 기업이라고 저자는 본다.

    칸트는 소리를 설명하지 못한다. 경험주의의 문제는 주관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명제의 내용이 없는 것은 실제 세계에 대한 지식을 주지 못한다. 흄은 인과관계와 추론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홉스는 사물 간의 추론관계와 인과관계를 동일시한다. 칸트는 인과관계의 범주로 현상을 구성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조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