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수능 모의평가가 코앞이다. 모의평가 다음 날부터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대략 열흘 동안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야 한다. 거의 모든 공교육. 사교육 기관들의 모의평가 분석과 설명회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은 6월 모평 분석과 과목별 수능 출제경향 예측, 수시 지원 요령이 될 것이다. 그런데 수천 명이 운집한 설명회를 가게 되면 아무리 강심장인 고3 학부모라도 몇 번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게 될 것이다. 수능 한두 개 차이로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린다는 연사의 설명을 듣고 나면, 그동안 짜왔던 입시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갈팡질팡해서는 곤란하다. 남은 5개월여의 입시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스스로를 진단한 후,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밀어붙일 것은 밀어붙여야 한다.
# 지원 대학의 범위를 정하라!
수시 지원의 기준은 아직 수능에 있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아예 없애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지만, 절대 다수의 대학들이 정시를 병행하는 한 대부분의 수험생들에게 수능점수는 여전히 중요하다. 6월 모평을 기준으로 본인의 수능점수를 예측해본 후에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의 범위를 잡아 놓고,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해야 한다. 이 때 너무 비관적인 것도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도 금물이다. 치우치지도 지나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 수시지원에도 필요하다. 특히 고3 재학생들의 경우에는 6월이나 9월 모평에 비해서 실제 수능 성적이 오르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가장 잘 나온 점수를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평균점을 계산해보거나, 두 번의 모의시험 중에서 잘 나오지 않은 성적의 경우를 고려해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 내신과 적합성을 동시에 고려하라!
수시 지원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기준으로 삼는 것은 내신 성적일 텐데, 각 대학들의 수시 전형마다 내신의 영향력은 천차만별이라서 무턱대고 내신 성적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예기치 않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지원 대학을 결정할 때에도 수능최저기준이 혹시 있는가, 있다면 높은가의 여부, 예년의 추가합격률은 어느 정도였는가, 전공 학과별로 합격자의 내신 분포도는 어떠한가의 여부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본인의 학생부 기록을 검토한 후 지원학과와의 적합성 여부를 세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지원할 대학에서 활동 증빙서류를 요구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성격의 서류가 필요한 것인지 미리 조사해보아야 한다.
논술전형의 경우는 극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내신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편이다. 하지만 지원 대학이나 학과를 결정할 때 가장 모호한 전형이기도 하다. 학생의 논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평가할 객관적 기준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논술전형 지원에서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시립대 논술 전형의 경우 올해는 1단계 논술 100%, 2단계에서 논술 50% +학생부 50%로 전형기준이 바뀌었지만, 예년의 경우 논술 100%와 수능최저기준만으로 합격자 사정을 실시했다. 고교별로 추천자를 받아 논술시험을 실시했는데, ‘사회역량 등 인성 및 학업성적이 우수한 자’ 중 추천하라는 시립대의 모호한 요구 때문이었는지, 내신 성적만으로 줄 세우기를 하여 추천한 고등학교가 의외로 많았다. 학생들의 논술수준을 파악하기 힘든 고교 측 사정도 이해하지만, 내신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논술 100% 전형에서 논술실력을 배제하고 내신 성적만을 기준으로 학생을 추천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논술전형 지원 대학과 학과의 적합성 결정은 논술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 선생님이나 강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논술 모의고사도 하나의 대안이기는 하나, 한 번의 평가보다는 교수자 중심의 지속적인 평가가 더 신뢰도가 높다.
# 경쟁자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동향을 파악하라!
수시 전형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자의 동향이다. 인문계 최상위권 수험생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 사례 중 두 가지 경우를 아래와 같이 들어보았다. 자연계는 이와 달리 의치대를 필두로 카이스트, 포스텍 등에 지원할 경우까지 포함하여 판단해야 한다. -
<표 1>과 같은 서류전형 올인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고1 때부터 서류전형을 일관되게 준비해온 수험생들에게 6월 모의평가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6월 말 경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가 걱정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준비는 점점 세밀화, 고도화되고 있다. 학생의 개인적 노력뿐 아니라,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비한 학교 커리큘럼도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특기자 전형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다. 수시 지원에 대한 조언을 하자면 학생부 종합전형 지원은 오히려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하향지원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이게 될 것이다. 단 이때 정시 기준으로 하향 지원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원학과의 범위를 정한 상태에서 경쟁자들을 감안한 자신의 경쟁력을 가늠해 본 후에 약간 낮추어서 지원하라는 것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전수 조사가 불가능할뿐더러, 정성 평가를 예측하는 것도 그 한계가 뚜렷하지만, 수시지원에 최소한 그 정도의 고민은 필요하다.
<표2>는 <표 1>보다 내신 성적이나 교내외 활동 스펙이 다소 부족한 수험생들의 경우다. 이들은 논술전형과 서류전형 외에 수능공부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3중고를 지고 있다. 대부분의 상위권 수험생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특기자 전형 합격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높지도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논술전형에도 노력을 배분해야 하는 사례다. 이들은 거의 9월 모평 때까지 서류. 논술. 수능을 동시에 준비하다가, 원서접수를 하면서 본인이 지원할 대학과 전형을 확정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서류전형에 들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정시나 논술전형에 더 신경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최근 들어 <표 1>과 같이 서류전형에 올인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수능 최저기준 없는 전형에 지원하기 때문에 서류준비에 열정을 쏟는다. 자기소개서만 최소 6개월 이상을 준비하고 문구를 다듬는 학생이 꽤 된다. 서류 전형에 올인 하는 수험생들은 9평 이후 경우에 따라서 상위 10개 대학까지 범위를 넓혀 학생부 종합전형을 지원하는 데, 이른바 3관왕, 4관왕 같은 동시합격자가 많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관점에서 이런 류의 경쟁자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최상위권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과 특기자 전형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준비된 학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전형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과감히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면 10시간 안팎의 최소한의 시간만 서류준비에 투자하고, 나만의 ‘선택과 집중’의 영역을 찾는 것이 성공적인 입시전략이다.
[이종환의 주간 교육통신 ‘입시 큐’] 미리 보는 6월 모의평가 ‘수시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