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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올1등급, 수능 상위 0.1% 이내의 실력자 A군, 예상대로 남들 부러워 하는 한의대에 이름을 올렸다. 6년간의 공부, 군복무와 다시 2년간의 전문과정을 마친 후 드디어 한의원 개원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입학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A군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가 살고 있는 동네만 해도 이미 한의원이 포화상태에다가 신도시에 오픈을 하려니 자금사정에서 숨이 턱턱 막힌다. 한의사 명함만으로 제공되는 은행의 낮은 대출문턱 덕택에 어쨌든 개원을 했다. 금새 돈을 벌어 대출금도 갚고 번창할 줄 알았다. 고령화 인구가 많아짐에 따른 기대수요도 한몫 했다. 그러나 웬걸, 점포세와 고용인 월급주기마저 빠듯하다. 갈수록 진화하는 의약품과 건강보조식품은 그가 배운 한의학마저 위협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마다 수백명씩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들은 모두 잠재적 경쟁자이다. 빚더미와 생활고를 시달리는 한의사가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위 사례는 비록 가상의 구성이지만 불과 몇 년후에 현실화 될지도 모르는 복선을 제시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해마다 소위 수능 고득점자, 우등생들은 의대와 한의대로 몰리는 걸까? 의사나 한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흥행 보증수표인 시대는 지났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입시 성향은 외국에서 매우 의아심을 갖는 부분이다. 그들나라에서의 수재들은 기술분야나 연구분야로 진출하여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물론 의료업에 진출하여 충분한 사회적 봉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다. 하지만 직업선택의 목적이 보다 나은 수익을 위해서라면 이는 재고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는 스마트 세상이 이렇게 빨리 성큼 다가 올 줄 몰랐고, 동네 구멍가게가 그렇게 일찍 문을 닫을 줄 몰랐고, 수많은 직업이나 기업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나 한의사도 인원수급에서 불균형을 이루거나 사업타당성 여건이 맞지 않거나 경영을 못하고 트렌드를 읽지 못하며 무너져 내릴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모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진정한 의사와 한의사의 적성도 아닐 진대, 전통적인 기득권을 가진 직업이 미래에도 엄청난 캐쉬백을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상업적 마인드로만 접근하다가는 참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리라. 또한 어떻게든지 그 직업세계로만 밀어 넣으면 차후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보상카드를 받을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착각도 버려야 한다.
앞으로 의사, 한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 돈을 잘 버는 지는 난 잘 모르겠고, 그냥 하고 싶으면 해” 라고......
[도영태의 셀프 플래닝(Self-Planning)] 의사나 한의사가 돈을 많이 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