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암기의 함정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5.20 11:16
  • “싹 다 외워야지!” 암기 과목의 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종종 강조하는 바이다. 당연히 내용을 모조리 외워야만 한다. 암기를 완벽히 해서 시험을 대비해야만 결과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암기가 하나만 있지 않다. 그 중에는 ‘진짜 암기’가 있고, ‘가짜 암기’라는 것이 있다. 암기면 같은 암기지 뭐가 다른 것일까?

    실제 한국사 암기 과정에서 ‘가짜 암기’로 채운 학생들을 자주 보게 되기도 한다. 일주일 전, 한 재수생이 한국사 연표를 전부 외웠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스스로 자가 테스트를 보며 백지에 채운 것을 보아하니, 정말 열심히 외운 듯 했다. 대체로 완벽히 외웠다는 경우에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이날따라 뭔가 더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연표를 보며 아이에게 물었다. “그럼 이 시기에 왕권강화를 위해 반포했던 것이 무엇이었니?” 순간 아이의 표정이 경직된다. 어? 희한하다. 분명 자신이 외웠다고 써온 연표에는 정확이 무엇이라고 쓰여있었다. 그것도 별표까지 쳐서. 자신은 ‘외웠다는 착각을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가 실토를 한다. “생각해보니, 그냥 쓰면서 위치로 대충 외운 것 같습니다.”

    암기할 때, 단순 읽기만 하지 말고 쓰라고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쓰면서 암기하는 것의 한계라면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경우다. 마치 그림처럼 자신이 필기해두었던 노트에서 위치로 외우는 것이다. 암기가 특히 필요한 과목인 사회과 같은 경우 이런 함정에 빠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암기를 했을 경우, 시험을 보면서 문제에서 묻고 있는 그 부분만 딱 검게 블라인드 처리된 이미지로 머릿속에 연상되는 경우도 많다. 흐름을 이해하며 서술형으로 외운 것과는 전혀 다르게 외웠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이런 경험을 학교 시험 문제에서, 특히 단답형 등에서 겪어본 친구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럼 전부 다 외우려 노력한 결과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일까? 과연 어떻게 해야 암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학생들에게 암기할 때 내가 마치 선생님의 입장이 된 듯, 설명하면서 외워보라고 한다. 암기도 무턱대고 찍어낸 듯 외우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어차피 텍스트는 의미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니, 우리는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역사 과목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런 면이 중요하다. 단순 나열된 역사 연표를 그림처럼 받아들인다고 역사를 ‘안다’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체로는 쓰면서 그림처럼 찍어내는 암기가 효과적이긴 하다. 단, 단순히 달달 외우는 것만으로 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 공부에서 암기를 위한 단어만을 머릿속에 넣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은 변치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단어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넘어 개념을 아는가라는 것이다. 지금 암기를 열심히 ‘달달’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 과연 ‘진짜 암기’를 하고 있는가? 한번 자신이 암기한 바를 스스로에게 설명해보자. ‘술술’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에 다시 ‘진짜 암기’를 반드시 해보자. ‘진짜 암기’는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