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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2016년도 서울대 자소서 양식이 확정됐습니다. 지난 해와 같은 항목으로 서울대는 고유 문항을 독서 활동으로 정했습니다. 그만큼 서울대 자소서에서는 독서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오늘은 서울과고 출신으로서 대치동의 다빈치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시는 박성주 선생님의 기고를 싣겠습니다.
일희일비보다는 긴 안목으로
4월은 중간고사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 사이에 중간고사를 치른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거의 한 달의 시간을 온전히 내신 대비를 위해 할애한다. 매달 모의고사를 치르는 3학년과 달리 1~2학년은 일 년에 네 번 치르는 내신 시험이 성취도를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1학년의 경우 3월 모의고사를 치르기는 했어도 사실상 고등학생으로서 치르는 첫시험이라 그 긴장감이 남다르다. 2학년, 특히 이과 학생들은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1학년 때에 비해 수학 등급이 대폭 하락하는 충격을 겪는다. 전체 수업 시수 중에 수학의 비중이 커지면서 느끼는 학습 부담이 큰 데다, 이른바 ‘수포자’들이 대거 문과를 택한 것에 기인하는 상대적 등급 하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망치면 기분 나쁜 건 모든 시험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시험 치를 때마다 선택과목을 바꾸네 학원을 옮기네 수리논술을 하네 마네 변덕이 죽을 쑨다. 결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대안을 찾는 것은 항상 필요한 일이지만 내신 시험이 끝난 후에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내신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계열 고등학교의 가장 큰 목적이 대학 진학이라고는 하더라도 고등학교에서 학습하는 내용은 우리 삶에서 기초 교양의 역할을 한다. 대학 입시라는 틀을 걷어내고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을 때 얻게 되는 지적 풍요로움은 계량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시험이 학생들의 공부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결국 내신 대비를 열심히 한 학생이 교양이 풍부해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범위를 좁혀서 대학입시에 한정해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부 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절대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장 추천 등의 혜택까지 고려한다면 내신을 열심히 준비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일선 학교의 내신 시험에 수능형 문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내신 준비를 열심히 했을 때 수능 점수도 좋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비강남권에서는 내신 ‘올인’이 정답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내신 관리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는 개개인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는 내신과 수능 양 토끼를 다 잡아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40%가 반영되는 3학년 1학기 내신도 물론 챙겨야 하고 물론 최상위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 예체능 과목은 물론이고 이과 학생의 경우 사회 과목까지, 문과 학생의 경우 과학 과목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대다수 학생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과목들까지 준비해야 하는 고충이 만만치 않지만 그로 인한 보람과 효용 또한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그보다 조금 성취도가 떨어지는 경우이다. 수학의 경우 2학년 말까지 전체 과정을 끝내는 것이 수능을 치르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내신 준비에 치중하면 선행이 늦어지고 그렇다고 내신을 포기하자니 완성도에서 부족감이 크다. 아니면 국영수도 완벽하지 않은데 수능 과목으로 선택하지도 않을 탐구 과목 시험 준비까지 하자니 공부 밸런스가 깨진다. 이럴 때는 차라리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유리하다.
가장 큰 변수는 지역에 따른 학력 격차이다. 전국 단위 모의고사에서 학교 등급과 전국 등급을 비교해 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교내 1등급인데 전국 등급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대치동 지역의 학교에서는 교내 3등급인 학생이 전국 단위에서 1등급인 경우도 많다.
전자의 경우 무조건 내신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이른바 ‘교육특구’라는 지역에 비해 사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행학습에도 한계가 있다. 자연히 교육의 주도권이 공교육에 있고, 따라서 학교 스케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당연히 정시보다는 수시, 그 중에서도 학생부 교과 전형이 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과도한 내신 대비는 실속이 별로 없다. 대치동을 비롯한 일부 지역 고등학교의 경우 성적 우수자의 비율이 높다보니 어지간히 공부를 잘 하지 않고서는 내신 3등급 을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부 교과 전형으로는 타 지역에 비해 내신 등급이 불리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는 특목고나 일부 자사고 학생에 비해 비교과 활동에서 불리하다. 정시 비중이 줄어들면서 상위권 대학에 정시 합격선이 높아지고 있다 해도 내신으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정시로 갈 수 있는 대학이 더 좋다면 굳이 내신에 몰두할 이유가 없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논술 전형 아니면 정시를 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논술 전형에 내신이 30~40퍼센트 반영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본점수를 많이 부여하기 때문에 실제 반영 비율은 높지 않다. 내신 4등급이라도 주요 대학 논술 전형에서 별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대학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내신 우수 학생은 학생부 교과 전형을 통해 선발하는 길이 있으므로 굳이 논술 전형에서까지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일 이유가 없다. 내신을 통해 학생의 성실성을 판단한다면 논술에서는 창의성을 측정하려 하므로 두 전형에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전과목 내신 점수가 아니라 주요 과목의 내신 등급만 반영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과목들에 좀 더 집중하는 것도 전술이 될 수 있다.
강남권에서는 논술과 정시로 승부 볼만
서울 강남 지역에서 내신이 2등급 정도를 받고 있으면 좀 더 분발해서 1등급을 노려보는 게 좋다. 매사에 적당히 잘 하기는 쉬워도 아주 잘 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지만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 만약 내신 3등급 선이라면 너무 내신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시험 보는 두 달에 한 번씩 그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긴 호흡으로 수능에 초점을 맞춰서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만약 4등급 이하라면 주요 과목에 대한 학습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아무리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공부를 ‘놓은’ 학생의 비율이 20~30퍼센트는 된다. 바꿔 말하면 5등급 정도가 공부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바닥권이란 뜻이고, 또한 공부를 완전히 작파하지 않는 이상 5등급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정도 등급에서는 교과 과정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내신 준비를 충실히 하면서 기본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내신 기간에 준비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시험공부 자체로 얻을 수 있는 미덕이 많은 데다 그 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해서 완벽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데도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등급을 얻기 위해 점수만을 위한 공부는 하지 말자는 얘기다. 예컨대 교과서의 본문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야 하는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학의 경우에도 50분 동안 서술형 4~5개를 포함해서 20문제 가량을 풀기 위해서는 교과서와 부교재를 서너 번씩 반복 학습해서 거의 문제 자체를 통째로 외울 정도가 돼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외국어 공부를 하는 데 문장 암기의 효용이 분명 존재하고, 수학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함으로서 얻는 미덕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제한된 교재를 암기할 정도로 반복해서 풀어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공부법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심화 교재를 선택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노파심에서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학생부 종합 전형을 노리는 경우 내신이 안 좋음에도 비교과 활동으로 만회하려는 학생이나 학부모 상담을 종종 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교과 활동이 비교불가할 정도로 빼어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패할 경우 대책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수능 점수로 원치 않는 대학에 진학하든가 재수를 각오하고서 택할 수 있는 배수진이라 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신진상의 입시 속 의미 찾기] 수학 내신만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