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아이들은 느리게 자란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13 09:49
  • 현대사회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은 바란다. 세상의 경쟁과 효율성 체계가 아동기에도 침투해 아이들에게 더 빨리 자라라고, 얼른 성과를 내라고 재촉한다.

    데이비드 F. 비요크런드의《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는 다른 동물이나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들보다 월등하게 긴 인간의 아동기에 대해 규명하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진화과정에서 크고 복잡한 뇌를 얻게 되고 정교한 문화체계를 형성하면서, 뇌를 성숙시키고 문화체계를 제대로 습득하기 위해서 반드시 긴 아동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짧게는 15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며 보다 완성된 뇌에 도달하게 되고 다른 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남다른 인지능력과 세밀한 정서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급속하게 변하고 점점 많은 것을 원하는 현대사회는 이런 아동기를 조작하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지 못한다. 소중한 아동기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의 욕망이자, 부모의 욕망, 아이들을 통제하는 교육집단의 욕망이다. 그리고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교육경쟁에서 더 빨리 더 많은 지식과 능력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이다. 비요크런드 교수는 아동기의 본성에 반하는, 현대사회가 가진 그릇된 욕망을 이렇게 비판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성공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우리 삶의 기준도 사회 구성원의 교육 수준과 생산성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결정한다. …… 오늘날의 문화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전부터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래야만 나중에 사회에서 성공해 경제적인 풍요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서둘러 교육시킨다는 것이, 아이들의 인지능력과 정서 수준을 뛰어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다른 많은 교육계의 석학들처럼 조기교육이나 과도한 학습강요, 아동기에 사라진 놀이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그것은 한 아이의 인생을 상처 입히고, 사회 전체의 정서건강을 파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나와 독서치료를 진행하며 ‘영어트라우마’를 치유해나고 있는 성민이는 어릴 적 강요된 과도한 영어사교육의 피해자였다. 아이는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매일 단어숙제를 해가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게 싫었다고 이야기했다. 처음 나를 찾을을 때, 성민이는 영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울렁증을 느낀다고 말하는 아이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성민이의 심리, 적성 검사에서 아이가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언어지능이었다. 모두 부모의 과도한 사교육 욕심과 강요 탓에 빚어진 촌극이었다. 조금만 적기 교육을 펼쳤더라면 또래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 하는 축에 속했을 아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잘 할 수 있는 영어를 싫어하고 심지어 우리말로 된 책읽기조차 기피하는 아이가 되고 만 것이다.

    아이들은 느리게 자란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모두 제대로 된, 견실한 교육만 받을 수 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지능력과 정서능력을 가지게 될 존재들이다. 부모가 유념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지만,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그들의 성장리듬에 맞는, 쾌적하고 적절한 지덕체의 성장과 정서적 자극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