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서울대 수시 '면접 Ⅰ·Ⅱ 이원화' 의도는?
박지혜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5.04.07 16:43
  • <입시 전문가 분석>

    지난 6일 조선에듀는 단독기획 기사인 ‘2016 대입을 말한다/ 서울대’ 기사를 보도하며 권오현 입학본부장 인터뷰로 2016 서울대 입시 전반을 조명했다. 기사에는 ‘우선선발 폐지’ ‘수시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의 Ⅰ·Ⅱ 이원화’ 등이 포함됐다. 이 기사를 본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대 입시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와 함께2016 서울대 입시안을 추가로 분석했다.

    ◇기존 우선선발 대상자, ‘면접 및 구술고사 Ⅱ’ 볼 가능성 높아

    서울대는 2005학년도부터 시행해 온 수시모집 우선선발제도를 2016학년도 입시부터 폐지한다. 대신 수시 일반전형의 면접 및 구술고사를Ⅰ과 Ⅱ로 나눠 실시하며, 그 대상자도 구분해 발표한다. 면접 및 구술고사 Ⅰ은 기존처럼 입학본부가 출제한 교과지식 문항 중심으로 실시되고 Ⅱ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면접과 같이 제출서류(학교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추천서 등)를 바탕으로 인성 요소와 기본 학업 소양을 평가한다. 우선선발 제도는 면접 없이 서류만으로 합격을 결정짓는 제도로, 지난 2013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로 굳어져 왔다. 서울대는 우선선발제를 운영하며 그간 “(우선선발제 때문에) 자연계열 합격생 비중이 확대됐고 과학고·영재학교 학생 입학이 유리해져 ‘고교정상화’라는 본래 의미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대의 우선선발 폐지와 면접 이원화에 대해 “결국 기존 우선선발 대상자가 ‘면접 및 구술고사 Ⅱ’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일반전형에서 이미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많이 선발되곤 했다. (학생부·추천서 등) 서류가 뛰어난 특목·자사고 학생들은 우선선발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면접 및 구술고사를 Ⅰ·Ⅱ로 나눈 것은 일반고 학생 선발을 늘리고 특목고 출신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또 “2014학년도 입시에서 일반고 출신 입학생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전국 특목·자사고와 일반고 숫자를 비교했을 때 일반고가 훨씬 많은데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서울대도 이러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러한 면접 및 구술고사의 Ⅰ·Ⅱ 구분에 대해 “당연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면접 및 구술고사 Ⅰ은 준비 시간을 미리 주고 교과 공부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심층면접 형태다. 이와 달리 Ⅱ는 소양 평가 위주 면접이다. 이 소장은 “기존 (교과 중심) 심층면접을 특목·자사고 학생과 일반고 학생이 함께 치른다면 아무래도 일반고 학생이 불리하지 않겠느냐”며 “학교 분류에 따라 면접도 분리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우선선발 대상자가 서울대가 얘기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 Ⅱ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선선발에서 주로 합격했던) 특목·자사고 학생들은 여전히 서류만으로도 특정 교과에 대한 뛰어난 역량 등을 드러내기 때문에 심층면접에서 다시 평가할 필요가 없다”며 “서류 토대로 기본 소양과 함께 인성을 평가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 Ⅱ’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귀띔했다.

    ◇면접 이원화, 변별력 지키려면 Ⅱ 대상자가 2배수는 넘어야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면접 및 구술고사 Ⅱ 대상자 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평가이사는 “지난해 우선선발로 선발된 39명은 모두 자연계열 학생이었다. 그것도 과학고·영재학교 학생이 대부분이었고 자사고나 일반고 학생 비중은 적었다”며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은 교과 관련 심층면접을 볼 필요도 없는 학생들이니 당연히 면접 및 구술고사 Ⅱ 대상자가 되지 않겠느냐”고 추측했다.

    이 평가이사는 이어 “면접 Ⅱ가 헛물만 켜고 말 것인가는 그 면접을 치를 대상자 수에 달렸다. 대상자가 200명 이상이면 특목고 학생 간 경쟁이 있어 의미가 있지만, 60~70명 정도라면 하나마나한 면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일반전형 면접처럼 2배수는 선발해야 변별력 있는 전형이 될 것”이라며 “그래봤자 일반고 학생이 많이 뽑히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대 "특목고 등 어느 것도 염두하지 않은 면접 다양화 방침"

    이러한 입시 전문가들의 추측에 대해 권오현 서울대학교 입학본부장은 “단순화한 논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권 입학본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면접 및 구술고사의 Ⅰ·Ⅱ 이원화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권 입학본부장은 “그동안은 예를 들어 수학과의 경우 특목고 출신이라면 굳이 면접에서 수학에 대한 지식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 면접을 보지 않는 우선선발을 진행한 것이지만, 내부에서도 우선선발을 크게 신뢰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면접을 다양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접 및 구술고사를 Ⅰ과 Ⅱ로 따로 선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류 이외의 다양한 면접이 필요하다고 여겨져 도입한 방침이다. 서류 평가 외에 더 확인하고 싶은 부분에 따라 Ⅰ과 Ⅱ로 따로 대상자를 정해 면접을 보는 것”이라며 “위와 같은 입시 전문가들의 추측은 일면만 본 단순화된 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특목고 입학생 숫자는 서울대 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2014학년도 입시에서 일반고 학생이 전체 정원의 50% 이하로 떨어져 외부에서 좋지 않은 반응이 좀 있었다”며 “지난해 입시에선 일반고 비중이 50% 이상이라 다행이라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여러 전형을 거치다 보면 특목고나 일반고 비중을 칼로 자르듯 딱 맞출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