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비문학 글의 상 만들기(2)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4.07 09:05
  • 이전 글부터 글을 읽은 후 마음에 상을 맺는 과정을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2015년 수능 국어 17~20번 신채호지문의 서두를 읽으면 신채호의 사상에 대해 투쟁과 연대라는 두 요소를 떠올리면서 이 둘이 본래는 대립적인 개념이지만 신채호의 사상에서는 모순적이지 않은 것이며, 아(我)의 개념에 의해 그럴 수 있다는 상을 그리게 됩니다. 이어지는 단락에서는 마음속에 그려진 상 위에 또 어떤 내용을 쌓아 올리는지 주의 깊게 보시기 바랍니다.

    신채호의 사상에서 아란 『자기 본위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인 동시에 항상【나와 상대하고 있는 존재인 비아와 마주 선 주체】를 의미한다. 『자신을 자각하는 누구나 아가 될 수 있다』는 상대성을 지니면서 또한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아가 생성된다】는 상대성도 지닌다. 신채호는 조선 민족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조선 상고사󰡕를 저술하여 아의 이러한 특성을 규정했다. 그는 아의 자성(自性), 곧 ‘나의 나됨’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항성(恒性)』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하려는 변성(變性)】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아는 항성을 통해 『아 자신에 대해 자각』하며, 변성을 통해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식을 갖게 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자성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였다.

    투쟁과 연대를 모순적이지 않게 하는 아의 속성은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저자가 이 둘의 속성이 서로 상반적이면서도 동일성을 갖고 있음을 독자가 느끼도록 하기 위해 계속해서 병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시에’, ‘...또한’, ‘~과~ 두 요소’ 등의 표지를 통해 각 속성의 상을 마음에 나란히 병치하여 그릴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의 한 가지 속성(『』)을 자세히 설명한 다음 다른 속성(【】)을 설명한다면 어떨까요? 글에 담은 내용은 위 단락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자의 마음에 두 속성을 각각 이해하거나 서로 대조하는 과정이 달라집니다. 아래 단락을 읽고 마음에 상을 그리는 과정과 그려진 상을 비교해 봅시다. 

    신채호의 사상에서 아란 『자기 본위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이다. 이것은『자신을 자각하는 누구나 아가 될 수 있다』는 상대성도 의미한다. 신채호는  󰡔조선 상고사󰡕에서 아의 자성(自性), 곧 ‘나의 나됨’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항성(恒性)』이 있다고 했는데, 항성을 통해 『아 자신에 대해 자각』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아란【나와 상대하고 있는 존재인 비아와 마주 선 주체】를 의미한다. 이것은【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아가 생성된다】는 상대성을 지닌다. 아의 자성(自性)에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하려는 변성(變性)】도 있음을 말하였는데, 이를 통해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정하였다. 

    어떻습니까? 아의 두 속성을 하나씩 이해하기에는 더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하면 아에게 두 가지 속성이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습니다. 두 속성이  모순적이면서도 모순적이지 않은 투쟁과 유대의 관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다르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이해하기에는 적절한 서술 방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두 속성을 별개의 것으로 대조하는 상을 그리도록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정 이전의 단락은 하나의 속성을 가지면서 이와 동시에 다른 속성 또한 갖고 있다는 상을 그리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글의 전개는 마음속에 어떤 구조의 상을 구성할지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조창훈 | 서울대 인문대학원 협동과정 인지과학전공 이학석사/리딩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전 을지대학교 외래교수 ega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