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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편의 칼럼에서는 외고, 국제고 전형의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부터는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최근 신문에서 자사고가 미달사태라며 계속 나오는데, 그럼 용인외대부고의 경우도 미달 될 수 있지 않나요?”
“무늬만 자사고인 고교가 많다고 신문에서 본 것 같은데, 그럼 하나고도 그런가요?”
위 내용은 필자가 실제 고교진학을 앞둔 중학생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질문들이다. 한편에서는 자사고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 등을 다루는 기획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또 한편에서는 자사고가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자사고만의 내실있는 교내프로그램 때문이라며 서로 상반된 보도 내용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두 내용을 접한 부모님입장으로서 위처럼 질문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오늘은 자사고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학부모님을 위해 자사고가 무엇인지 그 내용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먼저 자율형사립고란 ‘사립고교로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말한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 3) 이러한 자율형사립고는 그 역사와 전형방법 등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이를 명확히 정리해야만 현재 문제되고 있는 학교가 어느 학교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자사고의 유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보기로 한다.
1. 자율형 사립고의 분류
(1) 모집단위에 따른 구분 : 자사고의 전형방법을 살펴보면 모두 같은 자사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모집 단위에 따라 민사고, 상산고, 용인외대부고, 북일고 등과 같이 전국모집이 가능한 자사고도 있고, 휘문고, 중동고 등 광역단위 모집만 허용된 자사고도 있다. 모집 단위에 따라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로 편의상 구분하여 사용하기도 하나 정식 분류 방법은 아니다.
(2) 소재지에 따른 구분 : 자사고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평준화 여부에 따라 자사고를 나눠볼 수도 있다. 이러한 분류는 평준화 지역에 있는 자사고에게 전국단위 선발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논란에서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제시되기도 할 정도로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사항이다. 실제로 용인시(2015년 평준화)에 위치하고 있는 용인외대부고나 2016년 고교평준화 시행을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천안시에 위치하고 있는 북일고의 경우 전국단위 모집이 정당한가라는 논란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3) 학교의 연혁에 따른 구분 : 자율형사립고의 근간이 과거 자립형사립고인 고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로 나눠 볼 수도 있다. 구 자립형 사립고는 2001년 각 시도교육청이 희망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육부의 심사를 거쳐 2002년(민사고, 광철고, 포철고), 2003년(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상산고)에 지정되어 운영된바 있다. 이 학교의 경우 학교 예산에서 학교 재단이 적어도 20%이상 부담하도록 의무화했다. 자립형사립고는 2010년 개교한 하나고를 마지막으로 2010년 2월 이후 시범운영 기간이 종료되면서 더 이상 자립형사립고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후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해 사립고에 자율권을 더욱 확대해 나가게 되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자율형사립고이다. 따라서 과거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현재는 모두 자율형사립고로 강제 편입되어 불리고 있다. 여기에서 자격을 완화했다는 의미는 과거 자립형사립고의 경우 학교 예산의 20%이상을 재단이 부담하던 것에서, 현재 자율형사립고의 경우 3%~5%로 대폭 부담을 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전형 방식에 따른 구분 : 어떠한 기준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유형화될 수 있는 자사고의 경우 2014년 4월 1일 발표된 ‘자기주도학습 전형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선발 방법에 의해 서울방식 자사고와 서울방식 이외의 자사고로 나누어 부르고 있다.
휘문고와 중동고 같은 서울 방식 자사고의 경우 2014년도 입시까지만 해도 1단계에서 내신 50%이내의 학생을 대상으로 2단계 최종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해왔다. 추첨 방식에 의해 최종 학생을 선발했다는 점에서 선발권은 매우 미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 방식 자사고의 전형이 절대평가제가 도입된 작년 2015년도 입시부터 내신 제한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1단계 추첨과 2단계 서류, 면접으로 전형이 바뀌게 되었다.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소폭 선발권이 주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서울방식 이외의 자사고의 경우 1단계 주요교과 또는 전 교과 내신으로 일정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 최종 서류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비록 절대평가제가 도입되어 1단계 내신 반영방식이 대폭 바뀌었지만, 전형적인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2. 2014년 자사고의 재지정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
서로 다른 역사와 전형방법 등으로 매우 복잡한 것이 자율형사립고임은 이미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최근 교육감과 교육부 사이에서 5년 단위의 자사고 재지정과 관련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서울방식 자사고이다.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하다 보니 일부 사립고의 경우 미처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자사고로 전환한 면이 있다. 이러한 일부 자사고의 경우 연속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님으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2014년 서울시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체 기준에 미달된 학교에 대해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청의 처분이 진보와 보수의 교육철학의 대립으로 비춰지는 바람에 정치 이슈화 되었고, 이로 인해 높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즉 교육청이 일부 자사고에 대해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다시 교육부에서 취소처분을 직권 취소하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후 2014년 12월 9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중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의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장관의 ‘협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동의’로 개정하여 자사고 재지정 권한과 관련한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선발 방법 즉 전형방법은 ‘학교장이 결정’하여 ‘교육감의 승인’을 받는 사항으로 서울방식 자사고의 2단계 면접 전형을 폐지하고자 하는 교육감의 입장이 발표되면서 이에 반발하는 자율형사립고 간의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한해도 자사고를 염두해 두고 있는 중3 학생과 부모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2015년이 될 전망이다.
한번 뿐인 자녀 교육에서만큼은 모든 부모님들은 보수적이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교육환경과 전형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님 사이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교육문제이기에 수시로 바뀌는 입시 제도와 전형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님의 피로감과 불만의 목소리는 상상이상이다. 평등주의적 교육관과 수월성 교육관이라는 교육 철학 이전에 교육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교육 정책을 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부디 합리적인 대안과 해결책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 정책의 혼선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님의 몫인 상황에서, 올 한해 학생과 학부모님을 어떻게 이해시키고 위로해줘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김종완 (에듀바른컨설팅 대표, 입시전략지침서 [특목고갈사람모여라] 대표저자)
[김종완의 ‘아는 만큼 보이는 특목고 입시’] 자사고란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