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독해의 심리적 과정(1)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5.02.24 10:09
  • 독해가 잘 되지 않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독해를 하는 과정에 관한 이해입니다. 독해나 독서를 지도하는 사람도 독해를 하는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올바른 이해에 도달하기까지 어떻게 글을 읽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를 먼저 알아야 자신이나 타인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나서야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독해는 추론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글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추론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추론을 흔히 ‘미루어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통해 어떤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을 추론이라고 하고 무엇으로 인해 떠오른 생각을 연상이라고 하여 추론을 ‘주체자의 성향이나 의도에 의해 나타난 결과’로 보는 반면 연상은 추론보다는 주체성이 약한 듯 ‘어떤 조건에 의한 반응으로 나타난 결과’로 봅니다. 연상과 추론이 독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겠습니다.

    콩나물의 가격 변화에 따라 콩나물의 수요량이 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해독(decoding)이란 일종의 기호인 문자를 읽어 문자가 기록하는 것으로 약속한 소리값을 가져오는 과정입니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콩나물’이라고 쓴 것은 우리 마음속에 [콩나물]이라는 소리값을 가져다 놓게 만듭니다. 마음속에 소리값을 가져오는 것은 소리값과 연결된 의미나 개념을 불러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이나 의미 또는 어떤 대상의 실제 모습을 본 이미지 등이 기억 속에 있는데, 이름의 소리값은 이름의 주인과 단어의 소리값은 개념(의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글자를 보면 소리값을 거쳐 의미, 개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콩나물’과 같은 글자 조합(단어) 중에서 눈으로 만난 빈도수가 매우 높은 것은 소리값을 불러내는 과정이 즉각적이어서 의미에 도달하는 시간 역시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단어에 따라 더 신속하게 의미에 도달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신속하게 의미에 도달할 수 있는 단어와 그렇지 못한 단어가 있고, 동일한 단어를 어떤 사람은 신속하게 의미에 도달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문자의 소리값을 풀어내는 것을 해독이라 하고 해독 후에 소리값을 단서로 특정한 의미에 도달하는 것, 바꾸어 말하면 소리값에 해당하는 의미를 불러내는 것이 연상입니다. 단어의 의미를 빨리 연상해 낼 수 있으면 해당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연상하는 것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전부는 아니지만 다른 과정을 진행하기 수월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단어의 의미는 하나씩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의미도 사용된 조건(맥락)에 따라 융통성 있게 사전적 의미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할 만큼 확장되곤 합니다. 게다가 원래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다의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어의 소리값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동시에 연상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의 맥락이 영향을 미쳐 단어의 어떤 의미는 활성화하고 어떤 의미는 억제하게 합니다. 마치 맥락이 특정한 경계 내의 의미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듯 영향을 미칩니다. ‘콩나물’을 읽고서 마트의 진열장에 놓인 실제 콩나물을 생각할 수 있지만 앞에 나왔던 문장 속에서는 실제 콩나물보다는 물가를 반영하는 하나의 상품의 이미지가 강하게 연상됩니다. ‘변화’ 역시 물리적 성질의 변화, 심리상태의 변화, 표정의 변화(물리적 현상이지만 심리적 변화에 따르는) 등에서 같지 않은 의미를 나타내 줍니다. 이렇게 방향성 있는 연상을, 독자가 맥락을 참조하여 주도적으로 특정한 방향이나 영역 안에서 연상하는 것을 추론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추론한 결과물을 어떻게 통합하여 하나의 상을 구성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창훈 | 서울대 인문대학원 협동과정 인지과학전공 이학석사/리딩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전 을지대학교 외래교수 ega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