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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회복할 방법을 간구한다. 나는 우울증 내담자들을 만나며 많은 치유서들을 권해왔다. 어떤 일이든 구체성과 특수성이 요구되지만, 독서치료에서 치유서를 권하는 일 역시 세심한 적용과 배려가 필요한 일이다. 어떤 이에게는 위안이 되는 책이 어떤 이에게는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할 때도 있고, 좋은 치유서로 정평이 난 책도 막상 실제에서는 무용지물일 때가 있다.
따라서 이제 열거하는 책들은 내가 상담에 적용해서 내담자에게 도움이 컸던 책일 따름이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치유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 점을 꼭 헤아려주길 바란다.
먼저, 많은 경우 우울감의 뿌리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내재해있다. 착한 아이라고 불리기 위해 자기주장과 정서표현을 억압하면 우울해지는 것이다.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착한 아이라는, 타인의 시선에서 연연하는 가면을 벗어야 한다.
이 경우, 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착한 아이 사탕이》라는 그림책을 같이 읽는다. 성인의 경우, 황상민 교수의《독립연습》을 권하기도 한다.
우울하면 무기력하고 작은 실천도 하기 힘든 법이다. 그러다보니 치유서를 읽는 일 자체가 고역일 수 있다. 하지만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정적 사고를 벗어나게 할 새로운 생각의 원천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성인에게조차 비교적 읽기 편안한《괜찮아 괜찮아 슬퍼도 괜찮아》라는 동화책이나《우울을 넘어서》같은 청소년 대상 글쓰기치료 서적을 권한다. 읽기 쉬워 의욕을 잃은 사람들도 시도해볼 수 있는 책들이다. 특히《우울을 넘어서》는 청소년용 도서지만 성인에게 권했을 때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치유서이다. 워크북 형식의 치유서인데, 마음챙김 명상이나 인지행동치료에서 자주 쓰이는 치료법을 쉽고 편안하게 정리해 제시하는 책이다. 조금 높은 단계의 글쓰기치료 서적을 원한다면, 스콧 스프라들린의《감정조절설명서》가 도움이 될 것이다.
때로는 많은 글과 생각이 담긴 전문 치유서보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이 더 큰 울림이나 감흥을 전하기도 한다. 《마음이 아플까봐》나《내가 가장 슬플 때》,《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는 내담자 대부분이 좋은 반응을 보였던 그림책들이다.
크리스토프 앙드레의 《나라서 참 다행이다》는 내가 가장 자주, 많이 권하는 치유서이다. 무너진 자존감과 자기신뢰를 회복하는 데 의미 있는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원래 행복하다》와 《약 없이 우울증과 싸우는 50가지 방법》은 우울증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기 위해 권하는 치유서이다.《나는 원래 행복하다》는 심리적 개선만큼 중요한 생활습관의 교정에 대해 설명한 책이고,《약 없이 우울증과 싸우는 50가지 방법》은 제목처럼 우울해졌을 때 우리가 실제 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실천법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주 치유서로 쓰지는 않지만, 퓰리처상 수상작가 윌리엄 스타이런의《보이는 어둠》은 우울증을 가장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그래서 우울증을 겪는 이들의 자기 이해를 위해 내가 자주 권하는 책이다.
문학작품은 우울증 회복에 큰 효과가 있다.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소설이나 시는 너무나 많지만, 내가 많이 권했던 책은 박완서 선생의《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이다. 이 책은 주인공 복동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회복하도록 돕는 책이다.
영성을 통한 자기극복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과 김정호 교수의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을 권하기도 한다. 각각 기독교적, 불교적 관점에서 우울증 치유를 돕는 책이다.
우울증을 겪는 이들 가운데는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 분이 많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본격적인 치유서는 아니지만, 섬세한 내면의 소유자라면 일레인 아론의《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을 읽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은인이라고 할 수 있는 빅터 프랭클의 책,《죽음의 수용소에서》,《삶의 의미를 찾아서》는 보다 철학적인 자기발견을 원하는 내담자들에게 많이 권하는 치유서들이다. 존경받는 긍정심리학자 댄 베이커의 《인생치유》역시 거의 같은 이유에서 자주 권하는 치유서이다. 유년의 깊은 상처와 공포의 기억들을 안고 사는 분들에게 자기회복을 선사할 만한 치유서이다.
우울증을 제대로 넘어서고자 한다면 때론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의사마저도 참조하는 우울증 교과서가 있다. 데이비드 번스 박사의 《필링 굿》과 《패닉에서 벗어나기》가 그것이다. 이 두 책은 우울증 치료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한 책이다. 우울감과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과 생각의 단서들을 제공하는 책이다. 상담가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증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 책들을 신중하게 활용해보기 바란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내가 공부를 못 하는 진짜 이유》저자
[박민근의 힐링스토리] 우울증에 도움 되는 독서치료 치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