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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서구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이해되므로 국가의 고유성이 다뤄지지 않고 민주주의의 폭이 좁아지는 측면이 있다. 성공회대에서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지표구축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민주주의의 수준을 측정하는 데이터들이 많고 동아시아 민주주의, 좋은 민주주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표의 측정이 과제이다. 요즘 한국사를 말할 때 합의제가 많이 논의되고 이 합의제는 콘센서스 모델 즉, 유럽식 모델이다. 『개인의 탄생』(츠베탕 토도로프, 베르나르 포크룰, 로베르 르그로, 전성자 역, 기파랑, 2006)의 저자들은 회화와 음악에 나타나는 개인을 독자들에게 잘 알려준다.
토도로프는 회화에 나타난 개인의 재현을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의 재현은 정체성을 확인해 주고, 가치를 부각시키며 고유명사는 개인을 가리키지만 개인을 재현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또한 회화적 재현은 눈앞에 유일무이한 하나의 신체, 하나의 얼굴, 하나의 시선을 가져다 놓음으로써 나름대로 개인을 살려낼 수 있고 로마시대에 이르러서야 개인의 재현이라는 말에 온전히 들어맞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기독교는 사람은 누구나 직접적으로 신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존재이므로 개인을 강조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회화가 적극적으로 사유의 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회화의 역사를 사유의 역사라는 틀 속에 넣음으로써 개인의 발견이 15세기 전반기에 유럽의 북부, 플랑드르 지방, 부르고뉴 지방 그리고 프랑스에서 생겼음을 확인하게 된다고 토도로프는 말한다. 또한 가시적인 것을 인식에 소속시키는 중세적 태도와 의미에 관심을 갖지 않고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근대의 수많은 연구가들, 재현 그 자체를 포기하는 현대의 수많은 화가들을 저자는 잘 지적한다.
포크룰은 알레고리 원칙에 지배되는 중세적 사고는 음악작품과 예술작품을 신적 존재의 감각적 구현으로서 찬미했고 신중심주의의 붕괴와 인본주의적 사고의 발전은 신적인 것의 후퇴라는 새로운 세계경험과 결합되어 있었으며 근대의 여명기에 나타난 개인은 개별적인 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세계의 척도로 삼는다고 말한다. 또한 16세기 말에 음악은 진정한 혁명을 겪고 이제 미는 더 이상 절대적이고 신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인간적인 것이며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것은 근대 음악이 개인을 주체로,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포크룰은 본다.
모든 예술 분야에서 음악은 중세의 세계관에서 가장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리스 철학자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중세 초기의 이론가들은 음악을 과학의 범주에 넣고 있었으며 고대에 피타고라스는 진동하는 현의 길이를 측정함으로써 음정을 연구했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또한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의 음악은 천체의 조화와 신의 질서라는 기본적 사유에 여전히 지배되고 있었고 매우 점진적으로 사람을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유 방식에 모든 것의 근원이자 목표이고 원칙인 신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유방식은 자리를 내어준다고 한다.
르그로는 어떤 의미에서 모든 사회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이 사람인 이래로 이들은 서로서로를 알아보며 스스로를 상대와 구별, 자신에게 고유한 성격을 부여하고 각기 개인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근대 사회에서는 서로를 평등한 존재로, 서로에게서 독립해 있는 자율적 존재로 간주하고 민주주의의 기원을 이루는 이러한 인간관계의 변화는 근대의 여명기에 태동했으며 인본주의와 르네상스의 예술들, 15, 6세기의 조형예술 작품들, 문학 작품들, 음악들이 사람의 새로운 모습에 형태를 부여, 개인의 새로운 유형이 나타났음을 알리고 있다고 저자는 본다.
민주적 관계를 낳게 한 근대의 개인화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 신분의 위계질서,권위의 주장, 개인의 소속 관계에 대한 집단적 반발을 전제로 하므로 그것은 자신의 사회계급, 소속관계, 기능에서 독립되어 있는 존재로 자신을 인식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을 전제로 하고 근대의 개인화는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타인을 자신과 동일한, 닮은 존재로 경험하게 된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르그로는 본다. 또한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율성의 권리, 개인적 독립의 권리로 이해되는 자유에의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는 것을 말해주고 전 근대의 어떤 사회도 이런 원칙의 지배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가 개념적, 규범적 측면이 아니라 현실적 측면에서 묶여질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질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은 최근에 우경화되었고 보수, 군국주의적, 결손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인다. 아시아의 정치적, 문화적 맥락을 볼 필요가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가 현대이다. 이 책은 회화와 음악에 나타난 개인을 독자에게 적절하게 제시한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
[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개인의 탄생-서양예술의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