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화의 초,중,고 학생들과의 독서] 한국인에게 문화가 없다고?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0.23 10:08
  •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의 향기가 문득 느껴지는 요즘, 중국의 예를 염두에 두며 『맹자』를 읽을지 내용은 짧지만 논리가 없는 『논어』를 읽을지 고민하는 독자가 만약 있다면 『한국인에게 문화가 없다고?』(최준식, 사계절, 2008)를 독서하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을 쓴 저자 최준식은 현재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한국죽음학회 회장을 맡았다. 한국인의 천민성과 집단이기주의를 비판한 저자의 다른 책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는 화젯거리였으며, 우리문화를 여러 각도에서 분석, 진단해서 학계의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저자는 우리문화를 설명하며 유교의 핵심을 인의 실현을 위한 효라고 한다. 효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이고 이 효는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는 것, 다시말해 상향적인 사랑을 말한다고 한다. 또한 유교에서 효와 더불어 중시되는 충은 효의 확장에 불과하고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은 내 가문, 혈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이것은 자연스럽게 내 가족(혹은 가문)만을 중시하는 가족주의로 발전하며 유교는 여성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고 한다. 저자는 한국의 사회문화가 가부장적인 집단주의와 서열을 중시하는 권위주의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고 본다.

    한국문화의 영원한 샘물 같은 무교는 이의 종교성이 수준높고 우리나라 문화의 형성에 끼친 영향이 막중하며 우리문화의 뿌리라고 한다. 저자는 한국인의 성향 가운데 변할 수 있는 부분은 유교가 담당하고 변하지 않는 부분은 무교가 담당한다고 하며 우리 예술에 나타난 무교의 영향에 주목한다. 샤머니즘의 핵심이 엑스터시, 즉 자기를 잊어버린 상태에 있고 한국인의 경향 중에 신들림과 신명이 이 상태를 잘 설명하며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이고 이 집단의 유지를 위해 구성원간의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문화국이고 문화국이란 이에 상응하는 뛰어난 정신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를 말하며, 무교의 핵심을 고상하게 말해 만신사상, 즉 만물에 신이 깃들여 있다는 세계관을 갖고있는 사상이라고 한다. 저자는 샤머니즘은 인류 공통의 종교신앙이었고 샤머니즘의 주인공인 무당은 자연의 생기를 가장 잘 느끼는 사람들, 즉 기감(氣感)이 고도로 발달한 종교적 공능자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네오(neo)샤머니즘, 즉 신(新)샤머니즘 운동이 뜻있는 무당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연에서 진정한 신 혹은 생기를 느끼고 그 힘을 바탕으로 환란 속에 있는 이웃을 돕는 원래의 샤머니즘의 목표로 돌아가자는 게 이 운동의 취지라고 한다. 또한 유교의 철학은 크게 보아 두가지로 되어 있고 스스로를 닦고(修己) 그 닦은 것으로 좋은 정치를 구현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安人)이 그것이며, 군자는 유교의 이상적인 인간형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불교는 완전히 한국화한 불교문화를 만들어 내었고 한국은 선교사의 전래없이 기독교(가톨릭)를 받아들였으며 4세기경에 우리나라가 불교를 수입했고, 18~19세기에 기독교를 수용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의 전통문화는 고유하지만 중국문화를 떠나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식주 형태가 많은 부분 미국식으로 바뀌고 있고, 정신적인 면에서의 종교가 무ㆍ유ㆍ불이라는 전통종교에서 미국식 개신교로 바뀌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종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저 피안의 세계로 보내는 듯한 초월적인 힘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제대로 서려면 백제 문화가 되살아나야 하고 문화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백제의 계통을 잇고 있으며 우리 문화의 고유한 특색은 섞어서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진정한 힘은 문화력에서 나오고 현재 우리사회에는 사회 전체에 규범을 제공하는 일정한 원리가 없는 지극히 방종적인 사회이며 모두 자기 이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뿐이라고 한다. 또한 가족만이 최고이고 그 외에는 막연한 혹은 원색적인 민족의식만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국가적 상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현재 우리에게는 국가적 상징, 즉 이 이미지 혹은 상징, 영웅이 없고 진정한 새 나라의 건국은 이러한 국가이미지의 창출에 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문화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현재의 최대 문제는 조선의 문화가 단절된 것이고 일제기를 거치면서 문화가 단절되었다고 한다. 문화는 삶의 질을 결정하고 이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중심철학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제시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경실련이나 참여연대의 활동을 보며 그들의 사심없고 열렬한 운동에 탄복했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문화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한국문화를 분석해 독자의 의문에 대답한다.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독자에게 지식의 양을 늘려주며 저자의 속시원한 주장을 음미하다보면 독자 나름대로의 시선이 보인다.

    이병화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학과 석사과정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