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윤의 초등생활처방전] 아이가 스마트폰(게임)을 너무 많이 해요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10.22 09:14
  • 요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와 인터넷을 접한 디지털원주민이다. 수업시간에 “만약에 무인도에 가면 무엇을 가져갈래?”라고 물으면 하나같이 “스마트폰이요!”라고 말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절대 심심하지 않단다. 

    남자아이들은 보통 게임을 많이 하고 여자아이들은 SNS나 캐릭터키우기와 같은 게임에 푹 빠져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보통 ‘멍’한 표정을 갖고 있고 게임에 대한 집중력은 광적인 반면 정작 집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쉽게 포기하고 짜증을 낸다.

    왜냐하면 매일 2시간 30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하는 사람은 마약 종류의 하나인 코카인에 중독된 사람들과 유사한 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IT기기, 게임에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어린 시절은 주변 세상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 수많은 자극을 받으며 발달해가는 시기이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작은 화면에만 머물러 있으면 정상적인 뇌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창의력 발달이 저해된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느리게 변화하는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팝콘브레인’으로 뇌구조가 바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팝콘브레인’이란 뇌가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는 반응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린 현실변화에는 무감각해지는 것을 말한다. 밖에 나가서 뛰어놀아야할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만 터치하고 있으니 대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성장이나 발달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고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있으니 허리나 손목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게임 중독이 심각한 경우 현실과 게임 속의 세계를 혼동하거나 게임을 모방하여 폭력적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또한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다음 날 생활이 힘들어지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건강이 나빠지기도 한다.

    ★선생님의 처방전
    그렇다면 스마트폰 중독, 게임 중독은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지하철이나 식당에서 보면 네 다섯 살 된 어린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며 어린이용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스마트기기를  척척 사용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모님들은 아이가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으니 쉽게 기기를 허락한다.

    스마트폰에도 장점이 있다느니 교육용 앱을 잘 활용하면 된다느니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고 교육용 앱이 아니어도 충분히 다른 좋은 자료들이 많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에 접근하는 나이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학부모님들이 가끔씩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해서 졸라서 고민이다, 언제 스마트폰을 사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아이와 협의하여 최대한 늦추도록 하라고 대답해드린다.

    그렇다면 이미 스마트폰과 너무 친해진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게임은 요즘 아이들의 문화이다.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인터넷게임을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무조건 막으면 아이의 반항심만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왜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는지 게임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 얻는 것이 무엇이지 혹시 다른 고민은 없는지 감정을 경청하고 공감해보자.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아야 아이가 좋아질 수 있다.

    (1) 대체 활동 찾기
    게임은 아이들이 시간을 떼우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수동적인 방법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에서 클릭만 하면 된다. 친구들을 모을 필요도, 특별히 어디에 갈 필요도 없다. 이렇게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몰입감과 성취감을 느끼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은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다. 부모들이 멍하게 있는 것을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교실에서 자유 시간을 주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놀지 못한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고 했던가. 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재미와 자극을 느끼기 위해서 컴퓨터를 켠다. 아이들에게는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몰입할 시간을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에게 운동, 음악, 미술 등의 취미생활에 재미를 붙여주는 것이 좋다. 퍼즐이나 보드게임, 바둑이나 오목, 체스, 만화그리기, 레고 만들기도 좋다. 컴퓨터를 제외한 놀잇감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놀도록 지지해주어 현실세계에서의 대인관계를 넓혀주어야 한다.

    (2) 자기 조절능력을 통한 습관 고치기
    아이들이 스마트폰(게임)에 지나치게 중독되어 있을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스스로 조절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스스로 조절능력을 기르기 위해 아이와 약속을 하도록 한다. 이 때 아이가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게임하는 가를 아이와 함께 살펴본다. 그리고 “너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어보고 동의를 구한다. 평소에 몇 시간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가 물어본 후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시간을 정한다.

    ① 스마트폰 Free Day
     ‘스마트폰(게임) Free Day’를 만들기로 한다. 일주일 중 스마트폰(게임)을 하지 않기로 하는 요일 하루만 정하기로 하는 것이다.
    ② 체크리스트와 행동계약서
     아이의 행동습관을 바꾸고 싶을 때 잔소리 한번 하고 ‘꽥’ 소리 한번 지른다고 아이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어른들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오늘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바로 고쳐지지 않지 않은가?
    우리 반에 컴퓨터게임을 다섯 시간 씩 한다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너무 게임에 빠져있는 것 같아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야, 선생님이랑 컴퓨터 게임 딱 한 시간씩 만 하기로 약속하자.”
     “네!”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행동계약서를 인쇄해서 싸인을 하라고 했다.
     ‘나 ***는 9월 23일 화요일부터 일주일 간
     컴퓨터게임을 하루에 50분이하 할 것임을 계약합니다.
     일주일동안 성공했을 시 원하는 쿠폰을 줄 것입니다.‘
    아까는 그렇게 자신있게 대답했던 아이가
     “네? 아… 아…”
    하면서 싸인을 못하는 거다.

    말로만 “네!”하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에 싸인을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결국 손을 덜덜 떨면서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눈에 보이는 행동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것은 자신만의 결심을 해나가는 과정이다. 행동계약서를 작성 후 잘 보이는 곳에 '딱!' 붙여놓는다.​ 그리고 매일 체크리스트에 체크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꾸준히 아이의 계약 내용을 확인한다.
     ​"어제 컴퓨터 게임 몇 분 했어?”
     “40분이요! 그런데 참기가 좀 힘들었어요.”
    그렇게 일주일을 성공하고 아이는 내게 보상인 쿠폰을 받아 갔다. 그리고 다음 주는 40분, 30분 점진적으로 줄여간다.

    ③ 스마트폰(게임)다이어리
     ‘스마트폰(게임)다이어리’를 쓰면서 약속한 시간만큼 했는지 표시(○,△,×)하고 게임 시간, 게임 종류를 기록한다. 행동계약서를 쓴 후 체크리스트의 일환으로 함께 하면 좋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겠지만 마음을 편안히 갖고 하도록 한다. 아이가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날이 많아진다는 성공 경험을 하면 내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점차 좋아질 것이다. 매일 확인한다는 것은 쉽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모도 바쁘기 때문에 하루 깜빡!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할 거면 왜하니? 제대로 안할래?”
    반드시 내 입장으로 생각해야한다. ‘어른도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매일 꾸준히 점진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한다. 그게 잘 안되면 부모 역시 고치고 싶은 습관을 함께 적어 매일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결국 ‘확인’과 ‘관심’의 힘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3) 환경 만들어주기
    아이가 게임에만 몰입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컴퓨터를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물건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거실에 두거나, 아이와 부모가 대화를 하면서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부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에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4) 심리적 안정감 주기
    작은 일도 자주 칭찬해주어 아이가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면 굳이 가상환경에서 성취감이나 보상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건강한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가르쳐준다. 지금 아이가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지 알고 있는가? 아이의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 많다. 모든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아이에 대한 ‘관심’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경기안양동초교사/ 초등생활처방전 저자 이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