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서울대 의대 - 다중미니면접(MMI) 합격을 위한 ABC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09.02 10:32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이제 곧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서울대 의대 MMI면접에 관한 특별 기고를 싣겠습니다. 국내 대표적 의대 논구술 학원 다빈치학원의 강명필 소장님의 기고문을 싣겠습니다. 다음은 전문 내용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시 전형 원서 접수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년간 서울대 의대  지원 자료를 분석 결과를 통해, 2015학년도 일반전형은 모두 35명 모집에 약 400 ~ 450명 내외가 지원하여 경쟁률이 10대 1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매년 꾸준히 합격자를 내고 있는 학교들 중, A과고 17명, B자사고 6명, C자사고 6명이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올해는 국제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자소서에 기재하지 못하게 한 첫 해이기에 학교별 진학 결과에 더 주목하게 된다. 
    2014학년도에 수시, 정시 MMI 강좌를 통해 전국에서 온 30여명의 극상위권 수험생들을 지도하고 10여명의 합격자를 내면서, 합격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몇가지 뚜렷한 성공요인(KSF: Key Success Factors)들이 있었다.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는지 정량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각각 상당한 기여를 했으리라 확신한다. 

    먼저 KSF. 1은 Attitude(태도)이다. MMI를 통해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은 지성은 물론 인성을 겸비한 A자형 인재다. 매일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냉철한 지성은 물론 환자들의 마음도 감싸주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을 요구한다. 그래서 MMI는 6개의 면접에서 윤리판단, 소통, 공감, 리더십은 물론 제시문 발표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테스트한다. 면접 현장에서 어떤 사람이 눈에 띄겠는가? 당연히 제시된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물론 대안까지 제시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합격을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 면접은 상호적이다. 나의 답변에 대해 면접관인 교수님께서 반론을 제시하거나 추가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침착하게 교수님의 질문을 경청(Attentiveness)하고 공손한 태도로 추가 답변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대해 부연 설명해야 한다. 모의 시뮬레이션 수업을 하다 보면 간혹 질문을 못 알아들어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자신의 견해에 대해 지나치게 고집하는 지원자들을 보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한 해법은 論語 子罕 篇에 나오는 過則勿憚改(허물이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이다. 내 견해가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주장을 바꿀 이유가 없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를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Attitude)가 필수적이다. 다중미니면접은 구조화된 질문을 제시하는 상황 면접이기 때문에 면접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줘서(제시문 발표방 외에 면접자에게 주어지는 준비시간은 단 2분이다!!), 지원자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평가하는 시험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배우는 학생으로서,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으로서의 평상심(平常心)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작년 정시 MMI에서 합격생 평균보다 높은 수능점수를 받은 한 수강생은 합격을 위해서 자신의 소신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끝까지 자기 의견을 고집했는데, 현재 다른 big5 의대에서 열심히 의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하고 있다. 

    KSF 2는 Build-up(初低末高形)이다. 수시 파이널 첫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 중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학생이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의 능력에 놀라워했다. 그런데 2일차부터 상황이 반전되었다. 다른 학생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답변이나 상황 대처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는 데 반해 유독 그 학생만은 첫날 같은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답변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졌다. 따로 불러서 야단도 치고 격려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여러 학원에서 수업을 받다보니 너무 지쳐서(Burnout)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MMI는 70분 간 6개의 방을 오가며 국내 최고의 면접관들 앞에서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해야 하는 시험이다. 대부분의 극상위권 수험생들이 “수학, 과학을 하루 종일 푸는 게, MMI 시뮬레이션 1번 하는 것 더 쉬운 것 같아요”라고 말할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또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횟수와 합격여부가 강한 정(+)의 상관관계를 갖는 시험도 아니다. 따라서, 하루에 하나씩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나가는 日新又日新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면접 날이 다가올수록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나간(build-up) 학생들이 결과도 좋았다. 수시에서 합격한 수도권 자사고 여학생은 첫날 상황극 방에서 벌벌 떨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지만 곧 잘 극복하여 시험 전날에는 웃으면서 여유있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정시에 응시한 지방 자사고 여학생도 첫날에는 울음을 터뜨리며 멘붕에 빠졌지만, 점점 좋아져서 36명의 14학번 의예과 여학생 중 한명이 되었다. 

    KSF 3은 Confidence(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져라)이다. 상당수 자연계 극상위권 학생들은 평소 발표나 토론 경험이 많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 수준의 수학, 과학 문제 풀이 능력을 갖추었고, R&E나 과제수행평가 등에서 직면한 여러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문제는 수능 후 1주일 정도 밖에 안 되는 수시 준비 기간에 누가 더 시험 방식과 답안 도출에 관한 메타적인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있다(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2학년 겨울방학부터 관련 도서나 영상물을 보면서 꾸준히 토론하는 그룹스터디를 하는 것이긴 하다). 불합격한 학생들은 단기간에 이런 능력 발휘가 안되다 보니 불안함을 느끼고 자신을 믿지 못해 여러 학원에 다니며 가급적 많은 기출문제나 모의 테스트를 해보려 한다. 이러다 보니 문제에 대한 이해를 위한 복습이나 자기 연구 시간이 부족해진다. 결국 기출문제나 학원 모의고사에서 풀어보지 않은 문제가 나오면 심하게 당황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제시문 발표방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작년 자연계 수능만점자도 결국 구글 트렌드에 기반한 독감경보 발령 문제가 출제된 제시문 발표방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반면에 합격생들은 하나의 과제 수행 경험을 통해 얻은 문제해결 노하우를 다른 문제에도 유추(analogy)해서 해결하는 능력(The Survival of the Fastest Adaptation)을 보여주었다. 꼭 많은 문제를 풀지 않아도 문제 풀이에 대한 메타 정보를 신속하게 종합하여 답을 찾아내는 진정한 의미의 해결사(Problem-Solver)들이었다.(하지만 극상위권에서도 메타적인 능력 생성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기에, 올해부터는 상반기부터 그룹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추석특강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작년 정시에서 이런 능력이 눈에 띄었던 여학생 2명은 정시합격자 컷 538점(서울대 변환점수 기준)에 2~3점이 모자랐음에도 불구하고 35%가 반영된 MMI에서 역전홈런을 날려 합격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컷에 근접한 학생 3명과 컷보다 2~3점이 높았던 학생 2명은 메타DB 생성 능력 부족으로 결국 고배를 마셨다.

    이상으로 자연계 수험 생 중 오직 95명(정원 외 제외)에게만 자리가 허락된 서울대 의대 MMI 합격 tip을 알아보았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열린 태도(A)로, 집중해서 답변의 질을 높이고(B), 스스로 갈고 닦아 온 문제해결 능력을 집중 발휘(C)하라는 것이다. 입시까지 남은 기간동안 지원자들 모두의 분발을 바라며, 논어에 나오는 명언을 하나 전하면서 이글을 맺고자 한다.

    學問如逆水行舟不進則退(학문여역수행주부진즉퇴)
    학문은 물을 거슬러 가는 배와 같아서 나아가지 않으면 물러나느니라.


    지공신공 입시연구소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