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내려놓음’의 자세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4.07.09 10:23
  • 리얼취재후기ㅣ‘내려놓음’의 자세 (하지수 소년조선일보 인턴기자)

    지난 5월 곤충 박사 정부희(52세) 씨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습니다. 59㎡(18평) 남짓한 연구실은 ‘곤충 천국’이었습니다. 싱크대 서랍과 옷장, 신발장까지 그가 채집한 1만 개 이상의 곤충 표본들로 넘쳐났습니다. 정부희 씨는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거의 날마다 쉬지 않고 전국의 산과 섬을 돌아다닙니다. 지금껏 직접 관찰한 곤충만 300종이 넘고, ‘볼록진주거저리’ ‘산호버섯벌레’ 등 국내 최초로 발견한 것도 100여종에 이르죠. 곤충을 관찰하며 얻은 자료로 총 6권의 곤충기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정부희 씨는 40세가 돼서야 곤충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학생입니다. 이전까지는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죠.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정부희씨는 그동안 자신이 할 줄 아는 건 ‘영어’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자녀를 양육하면서도 영어와 관련된 일만을 찾았습니다. 

    이랬던 정부희 씨가 곤충 박사가 될 수 있었던 건 ‘내려놓음’의 자세 덕분입니다. 가장 잘하는 ‘영어’만 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분야로도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세상이 이전보다 넓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만큼 잘하진 못해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했습니다. 결국 곤충에 흥미가 생긴 그는 마흔의 나이로 성신여자대학교 생물학과 대학원에 입학, 2008년 곤충학 박사학위를 땄습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정부희 씨를 ‘한국의 파브르’라 부를 정도로 곤충 전문가가 됐습니다. 또 영어만을 고집할 때보다 더 가슴뛰고 행복한 하루하루도 보내고 있고요.

    사람은 저마다 가장 잘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그 분야에만 얽매이기 보다 다른 곳으로도 눈을 돌려 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정부희 씨처럼 말이죠!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많이 읽어라. 그러나 많은 책을 읽지는 마라.
    (Read much, but not many books)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