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크게 될 아이는 큰 어항에서 키워라
기사입력 2014.05.09 09:16
  • 브런치에듀 특강 | 크게 될 아이는 큰 어항에서 키워라(어거스트 홍 조선에듀케이션 행복인성연구소장)

    어떤 아이의 비전은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것이고, 또 어떤 아이의 비전은 예쁜 아기 낳아 잘 기르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비전인 아이가 있는 반면, 벤츠 S클래스를 타는 게 비전이라는 아이도 있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비전을 설정할까. 아이들이 비전을 설정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대체 무엇일까.

    몇 해 전 호주 여행을 갔다가 상어를 파는 애완동물 가게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유심히 들여다보니 어항마다 다양한 크기의 상어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어떤 녀석은 크기가 팔뚝만 했고, 어떤 녀석은 어른 키보다도 컸다. 이렇게 다양한 상어를 다 어디서 구해왔느냐고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사실 이 상어들은 제각각 구한 것이 아닙니다. 갓 태어난 어린 상어들을 한꺼번에 구해서 기른 것이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크기가 다 다른 거죠?”
    “큰 어항에 넣고 먹이를 많이 준 놈은 크게 자라고, 작은 어항에 넣고 먹이를 적게 준 놈은 작게 자란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크게 자랄 상어, 작게 자랄 상어는 없다는 이야기다. 어항의 크기가 상어의 크기도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가 내준 어항 크기만큼 자란다. 부모가 큰 어항에서 키운 아이는 원대한 비전을 가진 큰 사람으로 자라고, 작은 어항에서 키운 아이는 그 반대로 자란다. 결국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어항의 크기를 늘려준다는 의미와 같다.

    나는 ‘어항의 크기’를 ‘안전지대’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안전지대’란 별 불편함 없이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뜻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에겐 자전거가 안전지대다. 운전면허증을 땄으면 운전이, 수영을 배웠으면 수영이 안전지대가 된다.

    다시 말하면 익숙하고 편안하고 경험해본 일,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영역이 바로 안전지대이다. 반대로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일은 ‘도전지대’에 있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는 피아노 연주가 도전지대다. 하지만 피아노를 배운 뒤에는? 당연히 안전지대가 된다. 도전지대에 있던 일을 배우고 익혀 안전지대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안전지대를 넓힌다는 개념이다.

    안전지대가 넓을수록, 즉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익숙하고 편안하게 할 줄 아는 일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역량도 커진다. 안전지대를 넓혀준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를 넓은 어항에서 키운다는 뜻이고, 아이들 통을 크게 만든다는 뜻이며 경험치를 넓혀 아이의 역량을 키워준다는 뜻이다. 아이들 비전도 이 안전지대에 따라 달라진다.

    몇 해 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아이들에게 비전 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다른 계층의 아이들보다 사회봉사, 자원봉사를 비전으로 설정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다문화 가정ㆍ편부모 가정ㆍ복지시설 등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란 만큼 무엇보다도 부(富)에 대한 열망이 강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ㆍ서초ㆍ목동ㆍ분당ㆍ송파 지역 아이들에게서 부에 관련된 비전이 많이 나왔다. 10년 후 자기 모습을 그리라는 질문에 ‘빌딩 소유주가 되어 있다’, ‘벤츠 S클래스를 몰고 있다’, ‘연봉 2억을 받고 있다’와 같이 답변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번은 귀국특례입학자를 대상으로 비전 교육을 했는데, 이 아이들 비전에도 특징이 있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거나 국제변호사가 되겠다는, 소위 ‘글로벌한 비전’이 많았다.

    아이들의 안전지대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비전도 이렇게 달라진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아이들이 자원봉사를, 버블 세븐 지역 아이들이 부의 축적을, 귀국특례입학자들이 국제무대를 비전으로 삼는 것처럼 아이들은 자신의 안전지대 내에서 비전을 찾는다. 극단적인 예를 더 들자면 의사를 비전으로 삼는 아이들은 알고 보면 부모가 의사인 경우가 많다. 의사라는 직업이 아이의 안전지대 안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지대 밖, 도전지대에서 비전을 찾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거듭 말하지만 아이가 세운 모든 비전은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이의 비전에 야망도, 의욕도 없어 보여 속상하다는 부모가 있다면 아이를 비난하기 전에 우선 자신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우선 그동안 나는 얼마나 큰 어항에서 아이를 키웠는지, 우리 아이의 안전지대를 얼마나 넓혀주었는지 말이다.

    아직 초등학생에게는 비전이라는 것이 너무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다. 초등학교 아이에게는 안전지대를 넓혀주고 자극을 주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나쁜 운이란 없다.

    -전 기업인 정주영(1915~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