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듀레터] 귀신에 홀린 학부모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9.27 14:10
  • 박재원의 독설ㅣ귀신에 홀린 학부모(박재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평일 오전 카페에 가면 한쪽에 모여 수다를 떠는 엄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로 신뢰가 깊지 않은 이런 모임에서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쉽지 않다. 오히려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고 과장 광고처럼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이들이 많다.

    단점은 숨기고 장점은 과장되게 표현하는 대화가 오가면서 어느 순간 ‘귀신’이 탄생한다. 바로 ‘막강한 정보력과 경제력으로 무장하고 자식을 완벽하게 조형하는 엄마’가 나타나는 것이다. 당연히 그 뒤엔 ‘자식 자랑 경연대회’가 이어진다.

    엄마들은 한숨 쉬며 간간이 자식 흉을 보기도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은근히 자식 자랑이 늘어진다. 그 속에서 ‘엄마에게 순종하며 스스로 공부계획을 잘 세워 실천하는 엄친아’가 모습을 드러낸다. 또 하나의 ‘귀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엄마의 마음은 왠지 몹시 무겁다. 모임에서 나온 얘길 곱씹어볼수록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하다. 경제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보력에서도 밀린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고 우울해진다. 나름 부모 노릇 잘 해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자부심은 커녕 자괴감만 커진다. 머릿속에 ‘귀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몇 명의 엄마들이 모여 만들어 낸 귀신이 자신과 남편, 자식까지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밤 10시 넘어서야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온다. 하지만 아이를 대하는 엄마 마음은 우울하다. 머릿속에 숨어 있는 ‘엄친아 귀신’을 기준으로 아이를 보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동안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늦게까지 학원에서 시달린 아이를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엄친아 귀신’에 씌는 순간 잔소리가 자동 발사된다. 결국 아이는 요란한 방문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나라 엄마들은 ‘귀신’에 홀린 채 살아간다.

    모아두면 책 한 권! 오늘의 교육 명언
    꿈꿀 수 있다면, 이룰 수도 있다. If you can dream it, you can do it.

    -월트 디즈니(1901~1966년·미국 기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