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교구’로 내 아이 사고력 직접 키우자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7.11 16:31
  • 자녀가 어릴수록 학부모들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사고력은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통찰하는 능력과 직결돼 공부뿐만 아니라 영재성을 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사고는 수학활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다져진다. 이 같은 관심은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수학학원과 참고서, 학습지 구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생활 속 수학활동을 통해 개념과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매쓰 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놀이’, ‘토론’, ‘교구체험’ 등의 활동”이라며 “특히 교구체험 활동은 엄마가 함께 한다면 아이 스스로 원리를 깨우치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교구를 활용한 수학활동은 아이가 수학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데 효과적이고, 구체적 사고과정과 추상적 사고가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 바둑알, 주사위, 동전, 달력, 시계, 막대기, 연필 등 여러 가지 사물들이 모두 수학교구가 될 수 있다. 조 소장은 “교구라고 해서 특별히 비싸고 전문적인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늘 접하는 평범한 물건으로도 얼마든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학습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집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고력 수학 활동을 소개한다.

    ■ 동전, 달력 등은 훌륭한 생활 속 수학 교구
    동전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구 중 하나다. 동전 하나하나에 금액이 쓰여 있기 때문에 큰 수를 배우기에도 좋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에 1에서 10까지의 수를 배우고, 1학년 2학기에 100까지의 수를 배운다. 2학년 때는 세 자리 수, 3학년 때는 네 자리 수까지 배우는 데, 돈을 활용한다면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은 4학년 때 배우는 다섯 자리 수까지 거뜬히 알 수 있다. 돈을 교구로 활용해 수도 빨리 익히고 경제 개념도 생기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화폐단위를 안다면 십진수의 원리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동전을 활용해 수 감각을 키우고 확률 개념을 익힐 수 있다. 500원, 100원, 50원, 10원짜리 동전을 각각 10개씩 쌓아 일렬로 배치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먼저 주사위를 던져 몇 번째 동전 줄에서 뽑을지 결정된 후 이긴 사람이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수만큼 동전을 갖는다. 가장 많은 금액을 모으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으로,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수와 몇 번째인가를 나타내는 순서 수도 함께 배우게 된다. 순서 수와 양의 수의 차이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금액을 만들어보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찾는 활동을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동전을 섞어 겹쳐놓은 후 총액을 말하면 나머지 사람은 다른 동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동전이 얼마짜리인지 맞출 수 있다. 동전 뒤에 쓰인 숫자 100과 야구선수 등 번호의 100과의 차이점도 함께 설명해준다면 생활 속에 있는 수를 이해하고 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된다.

    달력도 좋은 교구에 해당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달력을 구해서 펼쳐놓고 월간 일수와 요일에 따른 날짜 등 달력 구조를 관찰하면서 매주 같은 요일 날짜가 몇씩 늘고 있는지, 같은 주에서 월요일과 수요일의 날짜는 몇씩 차이가 나는지 등 달력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1일이 화요일이라면 15일은 무슨 요일인지와 같은 문제를 만들어 함께 풀어보는 것도 사고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 신체 활용해 흥미로운 사고력 수학 활동
    우리 신체의 손발을 교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손가락은 수학과 연관성이 높다. 손가락으로 하는 놀이는 아무런 준비물도 필요 없고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다. 수세기, 제로 게임 등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림하기에도 좋은 교구다. 어림하기는 유추능력을 높이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계산실수를 방지하는 연산 감각뿐 아니라 수 세기, 양감, 부피감, 거리감 등 다양한 수학적 감각을 발달시킨다.

    바둑알을 움켜쥐고 종이컵에 담은 후 몇 개정도 될지 짐작해보며 누가 정확한 수에 가깝게 맞히는지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이 때 아이의 머리 속은 바둑알의 크기와 종이컵의 크기를 따져보고, 바둑알이 종이컵에 몇 개나 들어갈지 유추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부피, 배수, 어림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사고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림한 후 정확한 개수를 세어보고, 다시 한번 어림해보아야 양에 대한 감각이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손가락뿐만 아니라 내 몸의 일부를 이용해 여러 가지 사물이나 공간의 길이를 재어보며 길이에 대한 감각, 오차, 어림에 대한 개념을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다. 손가락을 펴서 두 끝 사이의 거리인 뼘이나 엄지 손가락의 너비, 발걸음을 단위길이로 하여 내 책상이나 식탁길이, 거실 면적 등을 잴 수 있다. 엄마 손과 내 손으로 탁자의 길이를 재어보며 탁자의 길이는 똑같지만 엄마 손으로 잴 때와 내 손으로 잴 때 뼘 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엄마 손으로 잴 때 10뼘이 된 책상길이가 내 손으로 재었을 때 몇 뼘이 나오게 될지 예상해볼 수도 있다.

    ■ 엄마표 교구 체험 활동 시 주의할 점
    교구를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잘못된 개념을 심어줄 수 있다. 따라서 교구로 활동한 뒤에는 반드시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는 추상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령, 책, 사진, 달력 등을 ‘사각형’이라 가르쳐주었을 때 찌그러지거나 형태가 비뚤어진 사각형은 사각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철사나 실을 활용하여 여러 모양의 사각형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교구는 수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고 구체적 사고를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교구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이므로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학습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시매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