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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원 기자의 리얼 취재 후기ㅣ열아홉 소년의 ‘신통방통’ 발물레
150년 전통의 별사탕 가게, 200년 된 기모노 상점, 5대째 이어지는 우동집. 가업 계승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선 이런 곳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엔 가업을 잇는 이가 많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명맥이 끊겼죠.
얼마 전 경북 문경에서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예 가문의 장인을 만났습니다. 7대째 조선 도자기 한 우물을 파 온 사기장(沙器匠) 김정옥(72•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 선생입니다. 그는 요즘도 편리한 전기물레를 마다하고 발물레 성형을 고집합니다. 발을 직접 놀려 돌리는 발물레로 도자기를 빚으려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합니다. 대신 발물레 특유의 요동 덕에 멋스러운 작품이 탄생하게 되죠.
선생은 요즘 “할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선언한 손자 김지훈(한국도예고 3년)군을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합니다. 지훈군은 할아버지•아버지와 한길을 걷기 위해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 지 한 학기 만에 지금의 고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도자 경력은 이제 고작 만 2년여이지만 벌써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발물레 솜씨는 일품이라고 해요. 얼마 전엔 발물레 경진대회에서 대학생 형들을 제치고 큰 상도 받았습니다.
문득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직업이 궁금해집니다. 혹 그 업(業)을 자녀에게 권하실 생각은 없나요? 자녀에게 의사•변호사•공무원의 길만 종용하지 마세요. 유전자로 계승되는 재능, 오랜 세월 축적된 노하우, 차별화된 독자적 기술…. 직업적 경쟁력으로만 따지면 가업만 한 게 없을 테니까요.
소년조선일보 기자
이 주의 문화 캘린더ㅣ해설이 있는 오페라 갈라 ‘사랑의 묘약’
서울시오페라단은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체티(1797~1848)의 코믹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오페라 갈라 형태로 선보입니다. 내일(5일)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상연되는 이 작품은 2막 아리아 ‘남몰래 흐르는 눈물’로 특히 유명한데요. 초보 오페라 관객을 위해 이건용 서울시오페라 단장이 직접 작품과 음악 관련 해설을 곁들일 예정입니다. 거품을 걷어낸 티켓 가격도 매력적인데요. 530개 전 좌석을 2개 등급(R•S석)으로 구분, 각각 3만원•2만원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에듀레터] 열아홉 소년의 ‘신통방통’ 발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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