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재수? 긍정적 생각으로 새로운 도전을 즐기세요(2)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5.27 14:39

서울대 경영대 수리 가 만점 받고 합격한 문과 강효선 학생의 재수 성공기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6월 모의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재수생이 참여하는 첫 모의고사로 현역들이 등급 하락의 충격을 겪는 게 일반적이지요. 이날 시험을 계기로 국영수 모두 B형에서 A형으로 엑소더스가 시작될 겁니다.

    남들은 다 쉬운 길을 선택해 편하게 살려고 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힘든 길을 자청해 걸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대원외고 스페인어과 출신 문과생으로 재수를 하면서 수리 가를 선택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대 경영대에 합격한 강효선 양의 인터뷰를 전하겠습니다.

    강효선 양은 재수 시절 강남대성학원에서 다른 문과생들과 수리 나 수업을 들으며 혼자 독학으로 수리 가를 공부해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 어려운 수리 가(수학 B)를 1등급도 아닌 만점을 받으려면 정말 독하게 공부해야 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그녀는 ‘수능은 잘 볼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와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면서 재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입니다.
  • Q. 재수 생활 중에서 공부하다 슬럼프 같은 위기가 찾아 온 적이 없었는지요. 위기가 아니더라도 평소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슬럼프가 없지는 않았지만, 저는 슬럼프가 오더라도 짧게 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3번에서도 말했던 긍정적인 마음 자세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고수했고요. 재수 생활,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면 정말 끝없이 불행합니다. 긍정적으로, 자신이 대학 간 후에 캠퍼스 거닐 모습을 상상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슬럼프가 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밤을 새거나 새벽까지 공부하고 자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입시를 마라톤으로 보세요. 한, 두 시간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 입니다. 그리고 만약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이를 빨리 끊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슬럼프가 장기화되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슬럼프가 왔을 경우, 모든 것을 놔 버리거나 완전 공부만 하거나의 극단의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 경우,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으면서 1시간 정도 ‘힐링’을 하고 자신에게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공부하여 슬럼프가 서서히 떠나가게 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Q. 문과 출신으로서 그것도 현역 때는 수리 나를 공부하고 재수하면서 수리 가를 선택하고 만접을 받는 게 아주 아주 드문 일일 텐데요, 학원 수업을 비롯 이 부분에서 어려웠던 일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자세하게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수리가형의 가산점에 끌려서 시작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처음에 시작할 때도 많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한 가산점에 혹했다면 중간에 그만뒀을 것 같은데, 제가 나름대로 수학에 흥미가 있었고, 재수 생활이 굉장히 무미건조한데 새로운 분야를 배우면서 나름대로 활력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고요.

    저는 수리 가형을 위한 단과 학원은 따로 다닌 적이 없고요, 인강 듣고 기출 풀고 강남대성학원에서 주말에 제공하는 문과 가형 특강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학원 수업이 대다수의 수리 나형에 맞춰져 있어서 제 나름대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자습을 한 수업도 있었고, 몇몇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가형을 공부한다는 것을 아시고 따로 문제지를 챙겨주거나 질문을 받아주시는 등 도움을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9월 모의고사의 멘붕.. 이었던 것 같아요 점수가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점수를 보고 가형은 너무 위험하다고 나형으로 돌리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과목 변경 기간 끝날 때까지 계속 갈등했고요. 그래도 1년동안 공부해온 게 아쉽기도 했고, 나머지 3개월 동안 열심히 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수능까지 밀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가형을 계속하겠다, 결정하고 나니까 9월 모의고사는 오히려 약이 되었습니다. 재수생이 안이하게 살기가 쉬운데, 나름대로 '아직 갈길이 멀다'하는 자극도 되었고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그뒤로 1주일에 한번씩 모의고사를 풀고, 기출을 다시 분석하고, 자습시간의 3/4를 수학에 쏟았습니다. 사실 이 때문에 사탐에 소홀하게 되었고, 결국 수능에서 2등급이 떴지만요.

    안 풀리는 수학 문제는 학원 오고 가면서 계속 생각하기도 하고, 3,4 월달에 했던 개념책을 다시 여러번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 틀릴 때마다 멘붕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수능은 잘볼 것이다'라는 일종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재수생활을 했습니다. 정말 근거가 없기는 했지만 이렇듯 긍정적인 자세가 슬럼프 등의 재수 생활 고비를 이겨낼 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서울대 경영대는 논술이 아닌 구술을 치렀는데요, 어떻게 준비하셨고 어떤 문제들이 나와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학원에서 구술 문제를 풀기도 했지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신문 스크랩이었습니다. 배경 지식도 넓힐 수 있었고 시사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나왔는데요. ‘스티브 잡스’에 착안하여, 본인의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적 소양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인문학적 소양으로 심리학을 언급했고, 과학적 소양으로 가형을 공부했던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밖에는 장래 희망이나 인상 깊었던 책 등의 기본적인 인성 질문이 나왔습니다.

    Q. 경영대를 선택하신 것은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나요?
    A. 우선 경영학과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고, 경영 컨설턴트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하고 있는데요, 재수를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시지요.
    A. 위에서도 강조했던 긍정적인 마음 자세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 절대 잊지 마시고요. 통하는 말이지만, 일관성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생활이 복잡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그 생활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무리를 받게 됩니다. 최대한 생활을 간소화 시키고 규칙화 시켜서,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을 수능까지 가져가야 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친구들의 경우 초반에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열공’을 하다가 슬럼프가 와서 무너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동선도 최소화시키고 선택도 일관화하세요. 재수를 하다 보면,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공부 양’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의 커트라인만 넘는다면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 관리’입니다. 정신적으로 패배하지 않은 사람이 결국 재수를 성공하게 됩니다. 모두 재수 성공하세요! 지금은 힘들겠지만 다 끝나고 나면 추억거리랍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A. 아직 구체적인 장래 계획은 없습니다. 아직 20살 인 만큼, 어떤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 보다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들을 접해보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고 막연한 목표들을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네요.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수시의 진실' 저자, sailor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