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생각은 독서와 토론으로 통통해진다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3.03.28 13:55
  • 조선교육문화센터에서 학부모 독서토론 과정을 개강하고, 두 주가 지났을 때였다. “아휴, 토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우리 아이에게 적용해야 하는가네요. 도대체 토론을 해 본 적이 있어야지요.” 비교적 토론 문화와는 거리가 먼 우리 사회에서 학교에 다니고 이제 학부모가 된 많은 분들은 깊이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말 중 하나가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그런데 자기주도 학습이 되려면 먼저 자기주도성을 가진 학생이 되어야 한다. 자기주도성을 가진 학생이란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어떤 텍스트를 읽더라도 혼자 요점을 파악하여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즉, 혼자서도 공부를 해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 공부할 줄 아는 능력의 핵심이 곧 독서력이다. 글에서 모든 문장이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문장은 핵심을 말하고, 어떤 문장은 그 핵심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글을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예를 들기도 하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또 인용을 하기도 한다. 읽을 때는 이런 부분을 구별하고 핵심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연습이 곧 독서이다.

    독서는 많이 할수록 더 잘 할 수 있다. 읽는 동안 지식이 쌓여,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 선수지식이 되어 주기도 하고, 글이 쓰여지는 방식에 익숙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잘 읽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서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바로 토론이다. 토론이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의견과 견주는 과정에서 생각을 더욱 잘 하게 만든다. 이 능력이 독서에 적용되는 것이다. 

    조선교육문화센터에 오면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재미있는 토론 공부를 해 볼 수 있다. 

    * 오늘의 독서토론 사례 : <별볼일 없는 4학년> 주디 블룸 글. 윤여숙 옮김. 창작과비평사 펴냄

    *책 소개
    피터는 11살로 4학년이다. 네 살짜리 동생 퍼지는 피터를 늘 곤란에 빠트린다. 항상 형이 하는 것이면 무조건 따라 하는 탓에 피터는 엄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이용을 당한다.” 운동화도 형과 같은 것을 원하고, 자전거 타기도 형처럼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터는 자신이 정말로 “별볼일 없는 4학년”이 아닌가 고민한다. 게다가 피터가 친구 생일날 선물로 받은 거북이를 퍼지가 삼키는 바람에 피터는 그 거북이를 잃고 만다. 퍼지를 살려야 했으니, 배속에 들어간 거북을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아무도 피터의 거북이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피터는 더욱 상심이 커진다.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서는 소년의 가정 생활을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다. 

    *토론 안건들
    1. 엄마가 퍼지 이빨이 부러진 일을 두고 피터 탓이라고 한 것은 옳다.
    2. 4살짜리 애들에게도 생일파티는 필요하다.
    3. 쉴라는 모둠 아이들을 위해서 여러 행동을 한 것이다. 
    4. 퍼지를 찾기 위해 영화 상영을 중지한 것은 잘 한 일이다.  
    5. 아빠가 야비씨 부부를 집에서 묵게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6. 부모님이 피터를 이용해 퍼지가 말을 듣게 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이다.
    7. 피터의 방에는 자물쇠를 채워 놓는 것이 낫다.

    *이렇게 토론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학생 4명이 실제로 토론한 예입니다. 

    안건: 퍼지를 찾기 위해 영화 상영을 중지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찬성 1번] 
    저는 퍼지를 잃어버린 것 때문에 영화 상영을 중지한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은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아이가 영화관 밖으로 나가서 영영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가까운 데 있어서 금방 찾으면 다행이지만, 혹시의 경우에 대비해서 혹시 아이가 다른 데로 나갔다면 더 중대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아이를 몰래 찾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몰래 찾는 동안 영화관을 왔다 갔다 해야 되기 때문에 어차피 사람들에게 많은 방해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찾으면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릴 것입니다. 차라리 그 영화관에서 잠깐 영화를 멈추고 아이를 금방 찾고 영화를 바로 틀어주는 것이 더 방해가 되지 않고 더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1분 35초)
     
    [반대 1번]
    찬성 토론자께서 퍼지를 찾기 위해 영화를 중지한 일이 잘 한 일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이 무조건 매우  중요한 일이고, 어차피 어두운 영화관에서 헤매며 찾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람들을 방해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물론 아이를 잃어버린 것은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 하나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약 자리를 이탈했다고 해서 자기 혼자서 나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아이가 나갈 수도 있지만 어차피 나가보았자 그곳에서 아이들이 모두 울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영화도 금방 끝날 터인데 아이가 조금 우는 것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보다는  좀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퍼지 때문에 영화 상영을 중지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상입니다.(1분 24초)
     
    [찬성 2번]
    반대 토론자께서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고, 아이는 혼자서 나갈 수 없으며 나가더라도 혼자서 울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은 옳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까 저희 찬성 토론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를 계속 찾으려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시야를 계속 가리게 될 것이고, 몇몇 사람들은 아주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훨씬 큰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나갈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정말 옳지 않은 말입니다.

    옛날엔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영화관 문이 쉽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쉽게 문을 밀고 나갈 수도 있고, 나가더라도 혼자 울고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물론 울고 있는 아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있는 애들은  거기에 뭐가 있나 계속 돌아다닐 것이고 그러다 보면 아빠나 엄마와 길이 엇갈려서 영영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영화를 중단한다는 것 자체가, 몇 백명이 보고 있는 것을 끄는 것이므로 피해가 갈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아입니다. 자기 아이는 꼭 찾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는 부모나 형제에게 정말 중요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퍼지 때문에 영화 상영을 중지한 것은 퍼지를 찾기 위해서 한 일이므로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2분 25초)
     
    [반대 2번]
    저는 퍼지 때문에 영화가 중단된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 한 명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밖으로 나가서 길을 잃는다고 해도 길을 잃으면 길에는 아주 낯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퍼지는 잘 울기 때문에 그 울음소리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40초)
     
    신현숙(<내 아이를 위한 독서 토론 논술(미래지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