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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욕석을 내뱉고 다니는 정체불명의 악플러들을 필자는 ‘메뚜기 떼’라고 부른다. 많은 악플이 달리면 “어, 메뚜기 떼가 또 나타났네” 한다. 이들은 일시에 날아들어 모조리 갉아먹고 사라진다.
어떤 때는 글 쓰는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까지 빼앗아간다. 자기 스스로도 어디로 튈지 몰라 이리저리 날뛰는 이 악플러들을 미워해야 할지 가여워해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놈의 악플러들이 미운 것은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막상 읽으면 열이 받아서다. 악플이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솔직한 의견을 감추게 되는 것도 싫다. 한번은 대량 공격 플레이를 받고난 뒤에 글을 썼는데, 내가 봐도 그 글은 악플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중립적인 관점을 넘어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악플러들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악플러들의 허점을 반격하기 위해 일일이 논리적인 댓글을 달려면 적지 않은 시간적·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악플러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 나도 참 여러 가지 해봤지만 결론은 하나다. 다짜고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는 것도, 상대의 사이트를 찾아서 똑같이 손을 더럽히는 것도, 악을 쓰고 맞붙는 것도 결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다양한 경험의 결과 나는 ‘긍휼’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가엽게 여기고 좋은 부분만 보자는 것이다. 필자가 나쁜 점만 지적해서 그렇지, 사실 악플에도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악성 댓글에도 배울 점이 있다.
이를테면 글쓰기에 좀더 신중해진다. 비판에 내성이 생긴다. 비유하자면 독감예방주사와 비슷하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강인한 정신을 잃지 않게 된다. 한편으로는 나와 전혀 다른 입장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도 된다.
필자는 대부분의 악플에 완곡한 댓글을 다는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제대로 받아치지 못해서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나도 그들을 향해 악플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이 문장을 생각한다.
“일부 대중이 미워하더라도 내버려두어라.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당신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자들, 적들이야말로 당신이 든든하게 의지할 토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존재다. 한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가지 마라. 그곳에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로버트 그린, 『전쟁의 기술』 중에서
또 하나, 지금까지 악플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기술했으나, 때로는 악플 당하는 사람이 더 문제일 때도 있다. 이를테면 문제성 짙거나 논란거리가 많은 글은 악플이 달릴 수밖에 없다. 비단 글뿐인가. 일부 유명인들을 포함해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문제가 있을 때도 어김없이 악플러들이 냄새 맡고 찾아든다. 즉, 악플러들을 미워하기 전에 악플을 불러오는 언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욕지거리만 지껄이는 몇몇 놈들은 ‘확 쓸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누가 내게 빗자루를 좀 달라. 다 청소해 버리게.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
[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인터넷 악플러들에게 대처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