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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천만 원 시대다. 게다가 청년실업자 수는 백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의 저자 조성주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많은 20대들이 위로는 못 받을망정 무수한 오해와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석훈 박사 또한 오늘의 20대를 ‘88만원 세대’로 규정함으로써 암울한 현실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20대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기성세대들은 “요즘 20대들은 역사상 가장 멍청한 세대”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반면 20대에 대해 부정적이고 암울한 견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저자 돈 탭스콧은 지금 시대의 20대들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세대라고 주장하면서 20대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한 세대를 두고 이처럼 상반된 의견들이 쏟아지는 걸까? 사실 20대들은 자기도 자기를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각각마다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20대 친구는 자신들이 가장 똑똑한 세대라는 의견,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의견 모두가 맞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어느 쪽이 맞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하나 있다. 오늘날 20대들의 현실이 각박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현재 이들은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청춘다운 낭만을 지녀야 할 시기에 자신은 물론 남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돌아볼 겨를조차 없다. 소위 취업 스펙이라도 잘 쌓아야 취직 문을 두드려 볼 수 있으니 학교와 도서관, 집 사이의 트라이앵글에 갇혀서 살아간다.
반면 진작 이런 스펙들에 염증을 느낀 친구들은 술에 취해 클럽을 돌며 방황한다. 어떤 20대들은 이들을 한량 같은 ‘막가파’라고 비난한다. 또 어떤 20대들은 인생을 즐겨야 할 시기에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만 하는 친구들을 ‘도서관 붙박이’라고 비난한다. 나아가 20대들이 어떤 시대의식도 없이 살아간다고 한탄하는 20대들도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Daum)을 이용하고 있는 한 20대 블로거로부터 그녀의 친구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친구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음에도 만화학과가 있는 전문대학에 들어갔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친구가 졸업한 뒤에는 다시 한 4년제 대학교의 세무학과에 들어가더니, 얼마 뒤 세무 공무원이 됐다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꿈을 접었다 펼쳤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야말로 오늘날의 20대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꿈을 접으면서까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이 시대의 청춘들은 얼마나 안쓰러운가.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
[정철상의 커리어관리] 만화가의 꿈을 접고 공무원이 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