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는 잘 부각되지 않지만 취업을 못해 자살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언젠가 한 지방 국립대의 유능한 재원이었던 B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취업에 실패해서였다. 게다가 이 친구는 취업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이 좋은 학생이라서 주변의 놀라움이 더 컸다. 토익 점수, 학점, 출신 학과, 자격증 등의 스펙 모두가 수준급이었다.

B군은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동기들은 대기업에 채용되었음에도 자신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자 결국 자살을 택했다. B군과 취업 스터디 모임을 이끌었던 한 후배의 말에 의하면, 그는 다소 내향적인 데다 성격이 독특해서 면접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선배에게 벌어진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파했다. 선배가 자살까지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이 청년이 취업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면접에서 자신의 특출한 면을 부각시키지 못한 본인의 책임일 수도 있다. 또한 고작 취업 때문에 목숨을 끊다니 어리석다고 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의견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죽음을 택한 이 청년도 경기가 좋았던 과거였더라면 분명히 중견기업 이상에 당당히 취업할 수 있었을 만한 재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그의 죽음에는 개인적인 상황 외에도 시대적인 상황이 개입되어 있다.

실제로 오늘날의 청년실업은 단순히 한 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돌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와의 연관이 너무 깊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 자체가 모자라고 취업문은 나날이 높아지니 고급인력조차도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B군 역시 불운한 이 시대의 희생자와 다름없었던 셈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무한성장하며 도약하는 것처럼 보였던 대한민국의 성장신화도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치자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졌다.

그럼에도 정치 지도자들은 청년실업을 한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며 면죄부 찾기에 급급하다. 해주는 말이라고는 그저 눈높이를 낮추고 더 열심히 하라는 게 전부다. 하지만 20대들은 이렇게 되묻는다.

“우리는 주말에도 도서관에 나와서 공부를 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합니까? 눈을 낮춰 지원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연봉 2000만 원도 안 되는 회사에서 완벽한 영어 실력에 제2 외국어까지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체면까지 버리고 생산직에 지원했더니 이번에는 ‘오래 일하지 못할 것 같다’고 거부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눈높이를 낮추라는 겁니까?”

오늘날의 청년실업은 일부 세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아픔이다. 필자 역시 직업 전문가로서 살아온 지난 10여 년간 지금 같은 심각한 상황을 마주친 건 처음이다. 게다가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에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이제 막 사회에 뛰어드는 청년들에게 포기하고 적당히 살라고 말할 것인가?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 상황이 어렵더라도 기회는 있으니 더더욱 주먹 쥐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이 험난한 세상을 뚫고 가려면 힘을 길러야 한다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타파할 수 있는 이들은 지금의 20대들이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20대들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암울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대들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피겨사상 최고 기록을 갱신하면서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이름을 아로새긴 김연아 선수, 결코 승리할 수 없는 동양인의 신체 구조로 올림픽 수영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 선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미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모태범 선수.

열여덟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6년간의 무명을 인내하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간판타자가 된 추신수 선수. 지식과 기술로 똘똘 뭉쳐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해 나가는 20대 CEO들.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무장한 젊은 전문가들. 20대에 기적을 이룬 사람들이다.

20대, 반드시 할 수 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자.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걸어가자.
이 사회의 변화는 그대들로부터 시작된다.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