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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공부, '내 방식대로' 한다
정다은(22·동덕여대 인문학부 1년)씨는 반수(대학에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것)만 두 번 했다. 대학생 신분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입시를 준비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다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재수 방법은 '단과학원 수강'이 유일했다. 대학 강의 일정을 소화하는 틈틈이 공부해야 했기 때문.
"단과학원 강의는 제 일정에 맞춰 들을 수 있어 편했어요. 단과학원 시간표를 보면 강사별 강의 내용을 짧게 요약해놓았거든요. 그걸 보면서 제가 부족한 부분의 강의만 골라 들었죠.”
정씨에 따르면 과목별 수강료가 정해져 있어 학원비가 저렴한 것도 단과학원의 장점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강사를 선택하고 자신에게 맞는 학습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얼핏 '강의 내용이나 질보다 재미 위주로 수업을 선택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지만 정씨의 생각은 좀 다르다.
"유명 강사의 수업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아무리 잘 가르쳐도 제 스타일과 맞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어렵거든요. 선생님을 잘못 만나면 자칫 수업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고요."
틀에 얽매이는 걸 싫어하거나 간섭 받는 걸 못 견디는 학생에겐 특히 단과반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이슬기(20·가톨릭대 특수교육학과 1년)씨는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실용음악과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작년 대입에서 고배를 마신 후 진로를 바꿨다.
이씨는 단과학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재수종합반은 갑갑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더라”고 말했다. "성격이 까칠한 편이라 누가 간섭하는 걸 잘 못 견뎠어요. 단과학원은 큰 스트레스 없이 다닐 수 있어 결과적으로 제게 잘 맞았습니다." -
◇의지 약한 편이라면 재고해봐야
단과학원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공부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이다. 스스로 모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하므로 의지가 약하거나 시간 관리를 못 하는 학생에겐 단과학원이 적절하지 않다. 단과학원은 학교와 달라 출석 점검도, 수업 태도를 나무라는 교사도 없다. 학원 인근 유흥가를 오가며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재수생들은 재수학원 밀집 지역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일대를 "학원가가 아니라 유흥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담임 교사가 없어서 입시 상담이나 진학 전략 수립 같은 일을 수험생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다. 모의고사도 개별적으로 신청해 치러야 한다. 박승동 서초메가스터디 원장은 “단과학원은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상위권 학생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은 본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반면, 중상위권 학생이 특정 과목 강의만 가려 듣는 건 위험합니다. 모든 과목이 완벽한데 어느 한 과목만 점수가 유난히 안 오를 때 단과반을 통해 보충하는 건 좋지만 전 과목 점수가 불안정할 때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건 총점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수능 유형 변화 따라 수요 늘 수도
박 원장에 따르면 수능 방식이 바뀌는 내년 이후 단과학원을 찾는 재수생은 늘어날 전망이다. 수능 유형이 A형과 B형으로 나뉘고 사회탐구 응시 과목이 줄어드는 한편, 전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도 많아지기 때문. 이에 따라 2014학년도 이후 수능은 ‘무조건 고득점’ 전략보다 대학별 전형에 따른 점수 획득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목표 대학이 뚜렷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전략 과목’이 확실한 학생이라면 굳이 하루 종일 학원을 지켜야 하는 재수종합반을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향후 이들을 중심으로 단과학원 수요가 늘어나리라고 봅니다."
간섭 받는 재수는 No~ '우린 단과 스타일!'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내게 맞는 재수학원은? <下>'단과학원' 편
-자기주도학습력 있다면 효율적 수강 가능
-자유로운 일정 조정, 저렴한 학비도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