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막한 서울 도서관, 직접 이용해보니
맛있는교육
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기사입력 2012.10.26 17:32

-28일(일)까지 '서울북페스티벌'도 개최돼
-시 청사에서 도서관으로... '놀라운 변신'

  • 서울도서관 1층 전시실 풍경.
    ▲ 서울도서관 1층 전시실 풍경.
    이번 주말에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친구와 연인, 가족의 손을 잡고 서울 광장으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으로 유례없이 독서율이 떨어진 요즘, 반가운 소식이 있다. ‘독서의 해’이기도 한 올해, 그 중에서도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오는 26일(금)부터 사흘간 서울시가 주관하는 제5회 ‘서울북페스티벌’이 열리는 것. 5년째 열리는 서울북페스티벌 소식이 새삼스러운 건 특별한 뉴스가가 더해진 덕분이다.

    얼마 전 서울시 신청사에 청사 기능을 물려준 옛 청사가 ‘서울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난 것. 서울시민의 '서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서울도서관을 개관식(26일 오후 4시) 하루 전 미리 방문, 체험했다.

    #1 모두에게 열려있는 도서관

    옛 서울 시청사 정문을 통해 서울 도서관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회원증을 보여주거나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여느 도서관과 달리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개방돼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회원증은 도서 대출 시에만 필요하다. 입구로 들어오면 정면에 있는 대리석 계단을 따라 오르기 쉽지만, 널찍한 계단의 양 옆을 보면 왼쪽엔 ‘일반자료실 1‘, 오른쪽엔 ‘장애인 자료실’로 향하는 입구가 있다. 거동이 불편해 계단 이용이 힘든 이용객은 양 편 입구 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각 층을 오르내릴 수 있다.

  • 서울도서관을 방문한 기자가 2층 홀에 비치된 키오스크를 사용해보고 있다.
    ▲ 서울도서관을 방문한 기자가 2층 홀에 비치된 키오스크를 사용해보고 있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가면 홀 중앙에 키오스크(kiosk, 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가 있다. 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층별 시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료 존재 여부 확인과 위치 검색까지 가능하다.
  • 온라인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후 간단한 절차만 마치면 회원증을 받을 수 있다.
    ▲ 온라인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후 간단한 절차만 마치면 회원증을 받을 수 있다.
    #2 회원 가입 절차, 간단하네요

    서울도서관 회원이 되려면 먼저 홈페이지(lib.seoul.go.kr)를 통해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회원 가입을 마친 후 도서관 2층 북카페 옆 도우미 센터에서 카드를 발급 받으면 된다. 서울시에선 도서관 회원증을 5개 디자인으로 고안, 시민들이 개인의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자가 발급 받은 카드는 펼쳐진 책 속에 서울 도서관이 그려진 카드. 곧 모바일 카드도 발급될 예정이어서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회원증은 도서를 대출할 때만 필요하며 서울 시민, 혹은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ㆍ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발급된다.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는 타 지역 시민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도서 대출과 반납은 자동 기기를 통해 하면 된다. 도서를 기기 위에 올려놓고 화면 속 지시에 따르면 대출부터 반납까지 간편하게 완료된다. 도서 대출은 1회 3권이며 회당 대출 기간은 14일이다. 단, 1회 연장시 7일까지 추가로 대출할 수 있다. 대출 중인 도서의 경우 1권당 3명까지 예약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배정된다. 

  • 이효성 서울도서관 주무관이 기자에게 도서관 내 사물함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이효성 서울도서관 주무관이 기자에게 도서관 내 사물함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3 북카페, '카페'가 아니네?!

    일반자료실2는 내부 계단을 통해 일반자료실1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일반자료실1ㆍ2엔 북카페, 디지털 자료실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것. 도서관 내 북카페는 흔히 떠오르는 '카페'가 아니라 정기간행물 코너와 도우미 센터 옆 자판기 코너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효성 서울도서관 주무관에 의하면 도서관 내부 구조 상 커피 내리는 소음이 도서관 전체에 퍼질 것을 고려해 논의 끝에 카페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도서관은 1층에서 4층까지 일부 천장이 뚫려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그 대신 2층에 연결된 신청사로 이동하면 신청사 내 카페들을 이용할 수 있다.

    각 실 입구엔 사물함이 비치돼 있다. 사물함은 별도의 이용 절차 없이 비어 있는 순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사물함 번호 키 위에 돌리는 손잡이가 ‘open’에 놓여 있으면 바로 열어서 쓰면 된다. 물건을 넣고 자신이 원하는 번호를 설정한 후 손잡이를 ‘close’에 돌려놓으면 잠긴다.

    이 주무관은 “서울 시민을 위한 공간인 만큼 사물함 사용료나 이용 절차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며 "단, 짐을 두고 간 시민이 이를 찾아가지 않을 경우엔 정기 점검을 통해 물건을 회수하며, 유기물은 물품 보관소에 보관하고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기자(왼쪽)와 이효성 주무관이 장애인 자료실에 비치된 촉각도서를 만져보고 있다.
    ▲ 기자(왼쪽)와 이효성 주무관이 장애인 자료실에 비치된 촉각도서를 만져보고 있다.
    #4 장애인도 책 읽을 수 있는 공간

    서울 도서관 곳곳엔 이 밖에도 시민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이 제법 있다. 1층에 위치한 ‘장애인 자료실’이 대표적 예. 이 곳엔 점자책은 물론이고 자원 봉사자와 시각 장애인이 만나 도서를 읽어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면 자료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수화로 책을 읽어주는 영상 자료를 제공하는 영상 자료실이 갖춰져 있다. 완전히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야 확보에 문제가 있는 이용객을 위해 도서 화면 확대기도 설치돼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촉각 도서’들.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나 주위 도움 없이 혼자 읽을 수도, 시각 장애가 있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도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일반 도서에 점자 스티커가 붙어 있는 형태로, 동물을 묘사하는 도서의 경우 동물 털 등을 부착해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효성 주무관은 “현재는 장애인용 도서나 시설이 많이 부족한 편이지만, 앞으로 계속 보완할 계획"이라며 "특히 점자책을 읽는 것보다 편리한 전자책과 오디오북 확보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서울도서관엔 '공부만 할 수 있는' 열람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도서관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자 하는 시 측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 서울도서관엔 '공부만 할 수 있는' 열람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도서관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자 하는 시 측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3층엔 서울시가 발행한 통계 자료나 서울시내 문화재 자료 등 어디서도 보기 힘든 귀한 문서들이 비치돼 있다. 이 중 다수는 서울 시청이 조사하고 엮어낸 자료로 다른 도서관에서도 구하기 힘들다. 대출은 불가능하지만 복사와 스캔은 가능하다. 그 옆엔 옛 서울 시장 집무실과 회의실이 있다. 서울북페스티벌 기간 동안 제약 없이 공개되는 이 공간은 추후 홈페이지로 예약한 시민만 방문할 수 있다.

    4층은 세계 자료실이다. 서울도서관이 주한 대사관저에 직접 연락해 공수해 온 해외 각국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외국인은 물론, 구하기 힘든 해외 자료가 필요했던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서울도서관엔 열람실(독서실)이 없다. 이효성 주무관은 "'열람실 없는 도서관' 콘셉트는 직원들의 사전 협의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온전히 책을 즐기고 읽다가 감동을 안고 가는 자리'였으면 좋겠다는 데 직원 모두가 의견을 모았습니다. 열람실을 만들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에요. 이곳만큼은 시험과 경쟁의 위기감이 느껴지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도서관 본연의 모습을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남미영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willena@chosun.com

    사진=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