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연세대 자소서, 공부벌레 아닌 인성을 증명하라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06.27 10:01

신진상 신우성입시컨설팅 소장의 자소서 이야기 2

  • 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오늘은 자소서 강좌 두 번째 시간입니다. 서울대와 함께 가장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연세대 자소서 작성법에 대해서 알아보지요. 연세대 수시에서는 논술 시험을 치르는 일반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 모두에서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정원 내에선 1254명, 정원 외까지 포함하면 1492명이 자소서를 씁니다. 그에 반해 일반 전형은 1140명입니다. 자소서를 쓰는 전형이 그렇지 않은 전형보다 300명 이상 많은 셈이지요.

    더군다나 연세대는 서울 대학과 달리 창의 인재와 IT명품 인재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들은 포트폴리오라고 불리는 서류들을 받지 않습니다. 학생이 제출할 서류는 자기소개서가 끝입니다. 추천서와 학생부는 학생이 작성하는 것이 아니고 학교 선생님이 쓰는 것이지요.

    연세대 자소서의 비중은 다른 대학의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합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연세대 자소서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자수 제한이 있는 다른 대학과 달리 자수 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고대나 성대 이대처럼 500자 미만의 짧은 글을 쓰는 학교들(이 학교들은 신기하게도 논술도 짧은 답안을 선호합니다)과 달리 연대는 충분히 자신의 장점과 특성을 자소서에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보통 항목 당 서울대처럼 1000자 내외로 쓰는데 어떤 학생들은 항목당 2000자 이상을 쓰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제가 EBS에서 입학사정관제 강의를 할 때 자소서 파트는 연세대 합격생의 것들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그만큼 대표성이 있고 연세대를 지망하지 않는 학생들도 연세대 자소서로 연습하도록 권하는 편이지요. 연세대에 합격하려면 자소서를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요? 연세대는 입시요강에서 부적절한 자소서의 사례를 밝히고 있습니다.

    1. 구체적인 사례가 없이 형식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성한 경우
    2. 인터넷 검색 결과나 학교 홍보자료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서 서술한 경우
    3. 진로 선택 동기가 시사적인 내용이나 베스트셀러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경우
    4. 지원자의 활동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활동의 진정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5. 고등학교 진학 전의 교과 및 비교과 활동 내용만을 작성한 경우
    6.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평가에서 반영이 금지되어 있는 경험만을 작성한 경우
    7. 어려운 사자성어나 전문용어를 지나치게 활용한 경우


    표절하지 말고, 추상적으로 쓰지 말 것이며, 틀에 박힌 대로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고등학생 답게 써야지 괜히 어렵게 썼다가는 대필의 의심을 받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죠. 학교 생활을 정말 충실히 했다는 것을 자소서를 통해서 드러내야 합니다. 특히 6번 항목을 보면 그러하지요. 이제 항목을 살펴볼까요?

    1.지원자가 고등학교 재학 중에 했던 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교과 외 활동(봉사, 자치, 동아리, 연, 구취미, 기타 활동 등을) 선택하여 3개 이내로 작성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위에서 작성한 활동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활동 하나를 선택하여 본인의 역할과 활동 내용을 설명고하, 그 경험이 지원자 개인 또는 주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1번 항목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요소는 제가 볼 때 두 가지입니다. ‘공부 외에 학교 생활은 어떠했는가?’, ‘그리고 그 경험은 그 학생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는가?’입니다. 제가 지도한 합격자들은 봉사나 학교 체육 활동, 축제, 연극 무대에 섰던 경험 등을 진솔하게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썼고요.

    물론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을 썼던 친구들이 많이 합격했지만 흔한 경험 속에서도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활용했던 학생들이 합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2. 전공선택의 계기를 설명하고,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후 이루고 싶은 장래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구체으적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장래 목표 및 진학 동기를 드러낼 때 당연히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의 열정과 전공 성숙도를 봅니다. 전공 성숙도란 다른 게 아니라 전공을 왜 선택했는지 지원 동기가 분명하고 전공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지가 잘 드러나는 것이지요. 이를 졸업 후 학업계획과 연결시킨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죠. “열심히 할 테니까 뽑아 주십시오.” 이런 식의 읍소 전략은 곤란합니다.

    3. 지원자의 개인적 자질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질(학업능력 제외)에 대해 설명하고, 고등학교 재학 중 그 질자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한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연대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분명히 드러나고 있지요. 즉 공부 외에 지원자의 장점을 자소서로 드러내라는 요구입니다. 공부는 학생부가 있고 수능 성적표가 있으니까 충분하죠. 입학사정관들이 궁금한 것은 바로 학생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답변입니다.

    역시 진부하거나 나열식은 곤란합니다. 하나의 경험을 잡아 디테일하게 자신의 자질을 묘사하며 그 자질이 가져 온 구체적인 성과를 쓴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았습니다.

    4. 다음 두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하여 □ 안에 ∨표를 한 후 작성하여 주십시오. 지원자의 개인적 환경(가정, 학교, 지역, 국가 등)에 대해 설명하고, 그 환경적 특성이 지원자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을 경험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지원자의 삶에서 경험했던 가장 큰 위기와 좌절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설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가치에 대해 경험적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주십시오.

    연대 합격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이른바 ‘연대 좌절 모드’입니다. 연대는 만약 좌절과 위기의 환경에 처해있다면, 환경 자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을 극복했던 과정이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모색한 뒤, 그 원인을 고쳐 나가고자 노력한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연대 공대에 합격한 제 제자는 슬럼프에 빠져 성적이 하락하다가 인터넷에서 멋진 경구를 발견하고 자신을 가다듬은 뒤 공부에 집중해 성적을 다시 끌어올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역시 자신의 경험을 갖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겠죠.

    신진상 (신우성 입시컨설팅 소장) www.shinwoo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