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 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나를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이 경주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학부모들이 자녀를 그렇게 입학시키고 싶어하는 명문대를 자퇴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한 자퇴생의 자퇴서 전문이다. 우수한 경주마였던 그녀가 경주 트랙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달리기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녀는 ‘꿈과 목표’라는 공부에 대한 장기적인 동기부여 대신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꿈을 넌지시 강요당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이 바라는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거나, 혹은 자녀가 꿈이 없다며 걱정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소위 ‘자아정체감 확립의 시기’로,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을 하면서 초등학교 때 가졌던 무수히 많은 꿈들을 변경하거나 없애기도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런 ‘꿈이 없는 아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내 아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장기적인 목표 없이 시간 때우기식 공부, 혹은 스스로 세운 목표가 아닌 ‘엄마표’ 목표를 따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런 공부는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워주지 못할 뿐 더러, 무기력한 학생으로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목표 없는 질주는 옆이 보이지 않는 경주마와 같으며, 자신의 장기적인 목적이 없어 삶의 방향을 놓칠 수도 있다.
자녀가 장기적인 꿈이 없어 걱정이라면,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들을 함께 찾아보며 아이의 장점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녀 스스로 본인의 흥미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꿈을 정하지는 못 하더라도 아이는 스스로의 장점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꿈을 탐색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찾은 아이는 상급학교 또는 롤 모델 조사를 통해 직접 꿈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아 봄으로써,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깨우친다.
꿈을 찾은 아이에게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난 후에는 단기 목표를 세우도록 하는 것이 좋으나, 아이가 장기 목표를 부담스러워 한다면 이번 시험 목표와 같은 단기적인 목표를 먼저 적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목표를 작게나마 성취하여 생기는 자신감이 그 이후의 계획들에 탄력을 주기 때문이다.
이전 성적표를 비교해 보며 지난 시험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과 소감을 써보고, ‘내가 받고 싶은 성적표’란 제목으로 본인이 과목별로 직접 목표점수를 정하고 책상 앞에 붙여놓고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시험목표는 ‘SMART하게 목표 세우기’를 통하여 현실적으로 세우도록 한다.
구체적으로(Specific), 측정 가능하게(Measurable), 성취가능하며(Achievable), 실제적이고(Realistic), 마감시간이 있는(Time-limited) 목표를 학생 스스로 항목에 맞춰 세움으로써 ‘내가 받고 싶은 성적표’를 허황되지 않고 현실에 맞춘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가령 영어 90점을 목표로 한다면 그저 ‘열심히 공부하자!’가 아닌 시험 3주 전부터 매일 단어 10개 외우기와 해당 본문 1번 써보기 등으로 구체화 한다면 훨씬 목표에 다가가기 쉬울 것이다.
또한 이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공부시간 늘리기와 미디어(핸드폰, TV) 관리하기 등 생활적인 목표도 같이 정한다면 목표를 달성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100일의공부혁명 대표컨설턴트 박은혜 제공
우수한 경주마가 아닌, 스스로의 꿈을 위한 목표를 적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