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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XX! 개XX!”
어느 날, 바쁘게 거래처를 향하고 있던 나는 어디선가 들리는 거친 욕설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순간 몸이 움찔했습니다. 너무도 어린 초등학생들이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아, 요 나이의 어린이들도 이런 욕을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는 구나.’ 하지만 어른이고 엄마인 나는 욕설을 내뱉고 위험 수위가 높은 장난을 치는 그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조차 섣불리 충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슬프고도 두려웠습니다.
요즘 학교는 학교 폭력으로 시퍼렇게 멍들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완력을 휘두르는 것도 큰 상처를 주겠지만 언어폭력은 그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거친 욕설이 입과 귀에 익은 어린이들이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눈살이 찌푸려지고 이왕이면 그런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좀 멀리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어린이도 처음부터 나쁜 사람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상처를 주는 어린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커질 학교 폭력을 막고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첫 번째 소개드릴 책은 양연주 작가의 <욕쟁이 찬두>입니다. 이 책은 ‘왜 아이들이 심한 욕을 할까?, 왜 욕을 하게 되었을까?, 욕을 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찬두는 전학 간 첫날부터 겁쟁이로 찍혀서 아이들의 놀림과 괴롭힘을 받습니다. 그러다 단 세 마디의 욕으로 아이들을 벌벌 떨게 하는, 공부 잘하는 6학년 귀고리 형이 멋져 보여 완전히 넋이 나갑니다. 그 날 이후 찬두는 처음에는 그냥 따라 욕을 하고, 또 재미로 욕을 하고, 화가 나서 욕을 하고, 더 강해 보이려고 욕을 합니다.
반 아이들은 그런 찬두를 욕짱이라며 치켜세우고 찬두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더욱 신나게 욕을 합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그대로 친구들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아픕니다. 귀고리 형은 특목고를 가야 해서 아프고 찬두도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서 아픕니다. 이 책은 상처 받는 어린이, 상처 주는 어린이 그리고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
두 번째 소개해 드리고 싶은 책은 프랑스 작가 마크 강탱의 <나 건들지 마!>입니다. 주인공 엘로이즈는 뭐든 따지길 좋아하고 할 말은 다하고 사는 성격입니다. 늘 거침없는 말로 주위 친구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요. 하지만 엘로이즈가 하나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엘로이즈가 생각하는, 꼭 해야 할 말들이 친구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죠.
엘로이즈의 친한 친구인 노라는 엘로이즈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고 엘로이즈는 너그러움, 인내, 친절을 새로운 행동 기준으로 삼고 따지고 싶고 비웃고 싶을 때 ‘딸기파이’ 를 외치며 노력을 합니다. 물론 엘로이즈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은 엘로이즈가 겪는 일을 함께 겪으면서 꼭 해야 할 말은 어떻게 하고 또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어떻게 지혜롭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느끼게 됩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책은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내 친구에게 생긴 일>입니다. 독일 작가의 작품으로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가정 폭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율리아는 탈의실에서 우연히 체육복을 갈아입는 하인리히의 등에 있는 깊고 끔찍한 상처를 보고 충격에 빠집니다. 아무리 부모라도 함부로 아이들을 때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 율리아는 하인리히를 돕기로 마음을 먹지요.
하지만 하인리히를 도울 수 있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평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고 말하곤 했던 부모님도 그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고 선생님도 좀 더 지켜보자고만 할 뿐이었으니까요. 율리아가 작은 힘으로 하인리히를 지키는 모습이 큰 감동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고통스러움에 흐느끼는 하인리히의 아버지를 보며 하는 여성의 집에서 일하는 잉그리트씨의 말이 독자들의 마음을 찌릅니다.
“두 사람은 정말 그럴 거라고 믿으세요?”
크레용하우스 편집부장 이숙진 제공
[오늘 이 책] 상처 주는 어린이들에게도 따뜻한 눈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