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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은 수만휘 멘토의 공부법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과 마인드 콘트롤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계십니다. 요즘 애들은 머리가 나빠 공부를 못 하는 게 아니라 동기 부여가 안 되어 공부를 못 한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좋은 마인드 콘트롤 방법을 소개해 주시지요.
미래에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제 장래희망은 고 1때는 의사, 고2때는 치과의사, 고 3때는 건축가였는데요. 아, 그 때는 이공계가 강조되던 시기라 의대가기가 요새같이 어렵지 않았고 서울의대도 공대 몇몇 학과보다 낮았습니다.
물리학과 떨어지고 의대 2지망으로 갔다가 재수해서 물리학과를 간 분도 있던 시기에요. 저는 미국에 유학가서 백인 사회 주류에 편입하는 건축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품고 공부를 했어요.
좋은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씀드려 부끄럽네요. 마인드 콘트롤은 제가 지금 이 나이에도 제대로 못하긴 하지만 순간적으로 자율신경 항진상태를 떨어뜨리면 좀 차분해지기도 합니다. 미친 듯이 뛰었다가 힘든 경우, 긴 숨을 쉬면서 명상에 잠기기 같은 것도 도움이 될 거에요.
그러나 수험생이 이런 것들을 미리 체득하긴 어렵고 저도 나이가 들어서야 한 것이니 그냥 미래에 내가 하고 있을 밝은 이미지를 그려보세요. 30세 수능을 볼 때엔 의료인으로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는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역전용사님은 수능에서 수/과/외 선택을 하셨다고 하는데 수리 영역과 과탐 영역 공부법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지요.
어린 시절 언어를 잘 못했고 수학/과학/외국어에 자신이 있어서 30세 수능을 준비할 때엔 나이가 들어서 언어를 잘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패했습니다. 수학은 어느 정도가 지나자 자리를 잡았는데 과학탐구는 막판까지 헤매다가 시험장에서 가장 잘 보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모르는 걸 체크하고 반복해서 봤고요, 한 문제보다는 깊은 이해도가 필요하기에 설명이 자세한 교재를 택했습니다. 제 상식을 버리고 철저하게 수험책에 의해서 과학을 바라보는 훈련을 한 것이 도움되었네요.
수학에서 제가 장점을 갖을 수 있던 건 계산속도 덕분입니다. 어릴 때 주산을 배웠는데 암산능력이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었고, 이는 제한된 시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에서 시간을 벌게 만들어줬지요.
이에 아주 어린 친구라면 암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수학에선 한 문제에 집중하기보단 개념을 파악하고 어떻게 공식이 유도되었는지도 생각해보세요. 비슷한 문제는 다들 풀 줄 압니다. 기본 개념은 기초와 같아요. 기초가 튼튼하면 응용동작을 해도 힘이 실립니다.
-공부는 습관이라고 주장하는 교육 심리학자들이 많습니다. 공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요새는 하도 게임을 비롯해 쉽게 유혹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어려운 일이지요. 쉽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 공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친구들이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지라 공부에 습관을 붙이기 어려운데요. 그 시기가 영원하지 않기에 공부를 해야 한다고 자각하면 좋겠는데 어린 친구들에겐 깨닫기 어려운 일이지요.
성인들이 겪는 고민을 얼마 남지 않은 미래의 나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정신 차리란 말이죠. 그러면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니면... 저같은 스타일을 위해선 미녀의 사진을 책상 앞에 붙이고, 공부를 잘 하면 저 사람과 사귈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갖는 겁니다. 약간 돌아이 같긴 한데요... 의외로 잘 돼요.
살빼는 환자에게 이런 말을 하거든요, 결혼했더라도 상관없이 상대를 유혹할만한 치명적인 매력이 본인에게 있다는 걸 자각하라고요. 암시효과는 큽니다. 유혹받는 상대가 날씬한 사람을 원한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먹는 걸 혐오하기도 해요.
아이돌의 어떤 친구가 나의 높은 성적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해보세요. 물론 이를 남들에게 말하라는 건 아니고요. 혼자 생각하고 목표를 정해서 해 보세요. 그럼 공부하게 되고, 습관이 자연스럽게 붙을 것 같아요. 벼랑에 밀리면 공부하던 스타일이라 이 정도밖에 말씀 못 드리겠네요.
-오답 노트를 비롯해 학생들이 공부에 대해 갖고 있는 기존 관념에 대해서 비판적이신 듯 합니다. 역전용사님은 어떤 공부법을 추천하고 싶으신지요?
워낙 게을러서 오답노트가 없었어요. 쓰느라고 지쳤거든요. 누군가 제 오답노트를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그럴 사람도 없고요. 그래서 제가 내용파악을 제대로 못한 교재에 다른 것들을 잘라서 붙이거나 형광펜으로 칠해버렸어요. 아는 내용은 스테이플러로 박아버리고요.
모의고사 시험지는 아는 문제는 사인펜으로 지우고, 모르면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자기 전에 가끔 읽었습니다. 오답노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반복학습이 중요해요. 6개월 독학이라 오답노트 예쁘게 쓰기도 귀찮고, 내용파악 후 반복학습 하려 했기에 되는대로 해봤습니다.
본질은 아는 것이지요. 깔끔한 성격의 분이라면 당연히 오답노트를 하세요. 다만 저같이 쓰다가 지치는 부류는 자료를 버리지 말고, 적당히 모아서 가끔 넘기면서 반복학습을 하십시오.
-입학사정관제가 요즘 화두입니다. 입학사정관제는 진로 교육과 사회적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 역전용사님께서 해주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해주시지요.
제가 가장 반대하는 스타일의 제도에요. 이상적으로 제도가 소급된다면 좋지만 분명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많습니다. 과거 놀라울 정도로 입시제도의 틈이 많았습니다. 연예인들 중에서 체육특기생으로 졸업한 뒤 명문대 졸업생이라고 말하거나, 부모의 사업체를 이어받는 경우에도 이런 식으로 들어온 이들이 있지요.
공정하게만 운영되면 좋지만 그러지 못한 사회분위기가 아쉽습니다. 제가 뒤늦게 진로를 바꾸면서 사는 것 역시 이런 부정한 일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게임에서 진 것 같아도 결국 규정을 바꿔서 이기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입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공정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것마저 입학사정관제로 뒤집히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상으로 수만휘 멘토 역전용사 성민수씨의 인터뷰를 마칩니다.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공부 잘 하려면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