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상상력, 마음껏 표현해 봤어요"
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기사입력 2011.01.11 20:38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 수업 현장

  • “양 손끝과 발끝을 꼭짓점이라 생각하고 사각형을 만드세요. 자, 이제부터 손과 발을 마음대로 움직여 다양한 사각형을 표현해봅시다.”

    바닥에 누워 있는 앙상한 해골 인형, 인형 위를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사각형을 그리는 아이···. 다소 기괴한 느낌의 이곳은 국립극장(서울 중구 장충동)이 주최하는 ‘2011 겨울방학 어린이 예술학교(이하 ‘예술학교’)’의 첫 수업 ‘창조적 움직임’이 진행 중인 현장이다.


  •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의‘창조적 움직임’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뼈 그림을 활용해 여러 가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야기 여행’시간엔 여러
가지 소리를 들은 후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하는 수업이 진행됐다(맨 아래쪽). / 국립극장 제공·성서호 인턴기자
    ▲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의‘창조적 움직임’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뼈 그림을 활용해 여러 가지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야기 여행’시간엔 여러 가지 소리를 들은 후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하는 수업이 진행됐다(맨 아래쪽). / 국립극장 제공·성서호 인턴기자
    지난 10일 국립극장 다목적 문화공간 ‘산아래’에서 문을 연 예술학교는 지난 2008년 겨울 이후 매년 방학 때마다 인기리에 개최되고 있는 통합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음악·미술·연극·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체험하며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게 주요 내용. 올겨울엔 ‘창조적 움직임’을 비롯해 ‘신세기 동물극장’, ‘이야기 여행’ 등의 수업이 마련됐다.

    ‘창조적 움직임’ 교실에 참가한 어린이 35명은 팔꿈치나 발 등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려보며 우리 몸이 움직이는 방식을 배웠다. 강의를 맡은 최정민 아츠 리퍼블릭 예술교육연구소 강사는 “교과서를 파고드는 기존 수업 대신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학생들이 그 안에서 맘껏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이 수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린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만의 사각형’을 표현해냈다. ‘미니 사각형’을 만들어보겠다며 잔뜩 웅크린 아이가 있었는가 하면, 가장 긴 사각형을 만들 거라며 팔다리를 양옆으로 찢은 아이도 눈에 띄었다. 배곤영 군(경기 파주 한빛초 2년)은 “도형을 만드는 내 모습이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학교에선 배워본 적 없는 내용이어서 모든 게 새롭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진 시간은 ‘이야기 여행’. 선생님의 노랫소리, 여러 가지 말소리만 듣고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연극 수업이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초등 저학년생 참가자 25명은 이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연스레 이야기 세계로 빠져들었다. 김규민 군(경기 남양주 도제원초 1년)은 “어느 것 하나 정해진 내용이 없어 어떤 얘기가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손혜정 극단 마실 대표는 “맘속에 있는 무궁무진한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쩔쩔매는 어린이가 적잖다”며 “자전거 실력도 직접 타봐야 늘듯 소통 능력 또한 표현과 토론의 과정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에 이런 형식의 수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작된 1기 프로그램은 오는 14일까지,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2기 프로그램은 21일까지 각각 열린다. 기당 참가 어린이는 각 80명. 이주연 국립극장 공연기획부 공연예술교육 담당자는 “지난해 여름엔 두 기수 참가자를 통틀어 80명이었는데 올해는 워낙 신청자가 많아 모집인원을 두 배로 늘렸다”며 “수강료(10만원)가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10시간 수업에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 보따리’ 공연 관람권(2매)과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견학(해설자 동반) 등의 혜택이 포함돼 있어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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