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만들고 종이 접고… "수학이 재밌어졌어요"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기사입력 2011.01.11 09:52

서울과학전시관 주최 '수학창의력캠프' 현장에 가다
체험 위주… 수학에 대한 흥미 불러
시행착오 겪으며 '자신감'도 커져

  • “선생님, 저도 찾았어요!”

    남산 아래 자리 잡은 서울과학전시관 남산분관(중구 회현동1가)의 작은 교실, 여기저기서 ‘유레카(Eureka·뭔가의 답을 알아냈을 때 기쁨을 나타내는 말)’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큐브(정육면체 여섯 개를 붙여 만든 블록) 조각을 이리저리 만지며 고민하던 최지한 군(서울 신대림초 3년)은 이내 환한 미소를 띠며 번쩍 손을 들었다. “선생님, 찾았어요! 180도 돌려보니까 방법을 알겠어요.”

  • 다섯 가지 큐브를 활용해 점대칭·선대칭 등 도형의 기본 원리를 배워보는 수학 창의력 캠프 수업 모습. / 이윤정 인턴기자
    ▲ 다섯 가지 큐브를 활용해 점대칭·선대칭 등 도형의 기본 원리를 배워보는 수학 창의력 캠프 수업 모습. / 이윤정 인턴기자
    지난 6일 찾아간 이 건물에선 관내 초등 3년생 대상 ‘수학창의력캠프’ 1기(1월 4~7일) 수업이 한창이었다. 참가자는 30명.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인 서울과학전시관이 겨울방학을 맞아 마련한 이번 행사는 나흘에 걸쳐 매일 세 시간씩 초등 수학교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 이날 수업의 주제는 ‘도형 감각 익히기’. 큐브 조각으로 다양한 모형을 만들고 종이를 접어 정육면체를 완성하는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평면을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초등 3년생에겐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어린이들은 모형을 돌리고 눕히고 뒤집어보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 집중했다. 고민 끝에 문제를 해결한 아이들은 한껏 신이 나 “저요, 저요!”를 외쳤다. 수업을 진행한 정미경 선생님은 “학생들의 ‘왜?’란 질문은 고민의 흔적”이라며 “오늘 수업이 사흘째인데 며칠 새 질문이 늘어난 아이들을 보면 사고력은 물론, 자신감도 부쩍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크다. 아들 김현우 군(서울 신용산초 3년)을 기다리던 학부모 김민정 씨는 “아이가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평소 단순 계산 문제보다 사고력 문제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딱 맞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김수빈 양(서울 고산초 3년)은 “세 시간 수업이 금방 지나갔다”며 “언니의 권유로 참가하게 됐는데 친구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참가 어린이들이 종이를 접어 정사면체·정육면체 등 다양한 입체도형을 만들어보고 있다. / 이윤정 인턴기자
    ▲ 참가 어린이들이 종이를 접어 정사면체·정육면체 등 다양한 입체도형을 만들어보고 있다. / 이윤정 인턴기자
    고어진 양(서울 충무초 3년)은 평소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 캠프 참가 후 수학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학교에선 문제집을 풀고 선생님은 채점만 해주시잖아요. 근데 여기선 체험도 많이 하고 재밌게 알려주니까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피하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게 제일 좋은 점이죠.”

    안성원 서울과학전시관 남산분관 교육연구사는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려면 ‘정답’에 갇히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번 캠프는 수학 교과의 기본 개념을 이해시키는 건 물론,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11일)부터 나흘간은 2기 신청자 30명(초등 3~4년생)을 대상으로 두 번째 수업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