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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강추위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현재 서울·청주·대전·전주의 최저기온은 영하 11도. 춘천은 최저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갔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엔 1942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69년 만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려 도시 전체가 마비됐다. 이날 포항지역의 평균 적설량(積雪量·땅 위에 쌓여 있는 눈의 양)은 무려 22.8㎝. 전북 정읍시와 고창군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8일 연속 눈이 내리기도 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영하 15.1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기온도 예년(例年·지난 30년간 평균)보다 0.5도 낮았다. 눈도 잦았다. 지난달 전국 10대 도시에서 눈이 내린 날은 평균 8.6일. 예년 12월 평균(5.5일)보다 약 60% 늘어난 수치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올겨울은 지난 2005년 겨울처럼 한파와 함께 눈이 잦은 게 뚜렷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이달 하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번 겨울 날씨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삼한사온이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한 겨울 날씨를 뜻하는 말.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지난달 13일 이후 전국 평균 기온이 약 8일을 주기로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며 “이게 바로 전형적 삼한사온 날씨”라고 설명했다.
우리 옛 조상들은 이 같은 겨울 날씨를 속담에 빗대어 표현하곤 했다. 10일 날 씨 예보 업체케이웨더(Kweather)에 따르면 ‘산이 울면 눈이 내린다’는 속담엔 지난달 30~31일 호남지역에 내린 폭설의 기상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몰고 오는 강한 바람은 서해의 습기를 머금고 있어 차령·소백산맥을 넘으며 ‘우웅’ 하는 소리를 내는 것. 보통 그 대여섯 시간 후면 서해안 지방 곳곳에 눈이 내린다. 지난달 30일 폭설이 내린 호남지역에도 눈이 내리기 전 강한 바람이 불었다.
‘겨울밤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으면 눈이 온다’ 는 속담은 지난달 28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10㎝가량 쌓인 눈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해준다.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인은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다. 전자는 맑은 날씨를, 후자는 눈을 각각 만든다. 이 둘은 일정한 주기를 두고 번갈아 나타나게 마련. 이 논리에 따르면 ‘맑은 겨울밤’ 은 곧 이어질 눈을 예고하는 날씨인 셈이다.
‘쌓인 눈을 밟아 뽀드득 소리가 나면 날씨가 추워진다’는 속담은 싸락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싸락눈은 위쪽 공기가 매우 차가울 때 만들어지기 때문에 잘 뭉쳐지지 않아 밟으면 소리가 난다. 이후 찬 공기가 내려와 날씨가추워진다. ‘눈이 많이 오는 해엔 풍년이 든다’는 속담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 눈이 쌓이면 습기가 충분히 공급돼 농식물이 따뜻하게 보호되고 봄철 가뭄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옛날엔 지금의 기상청과 같은 날씨 예보 기관이 없었는데도 조상들은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바탕으로 겨울 날씨를 예측했다”며 “지금 봐도 놀랄 만큼 맞아떨어지는 겨울 날씨 관련 속담들은 그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학뉴스] "겨울밤이 맑으면 눈이 온다"
김지혜 기자
april0906@chosun.com
옛 조상들, 경험·지혜로 날씨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