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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수능 비문학과 논술 공부법에 대해서 들려드리겠습니다. 물론 외국어 영역과 수리 영역 탐구 과목 영역 공부법도 전해드릴 텐데요, 이때는 공부의 달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공부법과 성적 향상의 스토리를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어 영역 점수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학생들과 그 어렵다는 수시 논술 합격생들의 스토리는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겠습니다. 앞으로 맛있는 교육을 통해 수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칼럼으로 지난 2011 수능 언어 영역에 대한 분석을 해드리죠. 수능 언어 영역은 1등급 컷이 90점으로 2010년도보다 4점이 더 떨어졌습니다. 상당히 어려웠다는 이야기죠. 실제 수능보다 훨씬 더 어려운 평가원 모의고사도 보통 80점대 중반에서 1등급 컷이 형성되어 온 관례를 볼 때 1등급 컷 90은 대단히 낮은 수치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등급 컷은 85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이야기는 실수로 한 두 문제만 더 틀려도 등급이 하나가 내려가는 게 아니라 2등급이 떨어질 수 있는 게 언어 영역이라는 것이죠. 최상위권도 3등급을 받을 수 있고 만년 3등급을 받다 실제 수능에서 1등급 대박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언어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리나 외국어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지요.
제가 성적 발표를 보고 한 가지 의문이 든 것이 있습니다. 정말 난이도가 높았다면 1등급 컷이 떨어지고 2등급 컷, 3등급 컷은 그보다 더 내려가야 하는데 2등급은 89에서 85, 3등급은 84에서 79로 비슷하게 4~5점 정도 떨어졌습니다. 거의 대부분 4점씩 떨어진 것이죠. 이 이야기는 최상위권이나 최하위권이나 난이도의 변화를 거의 동일하게 느꼈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저를 괴롭힌 사실은 정말 많은 지문이 EBS에서 나왔는데 왜 성적은 떨어졌을까라는 의문입니다. 혹자는 언어 생활 지문을 제외한 모든 지문(비문학의 경우)이 EBS 교재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고 하는데 통사적 합성어와 비통사적 합성어의 차이를 묻는 언어 생활 지문도 비슷한 내용의 지문이 고득점 N제에 분명 실려 있습니다. 문학도 마친가지였고요. 거의 내신 국어처럼 배운 내용으로 문제를 풀 수 있었는데 학생들은 더 틀렸다는 거지요. 왜 그랬을까요?
수능을 출제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공식적으로 밝힌 EBS와의 연계율은 72%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지문의 제재만 비슷하고 내용이 다르거나 같은 내용이라도 문제를 변형함으로써 응용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은 여전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EBS 교재가 아무리 중요해도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막상 실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결론입니다. 개념과 원리 중심의 공부법이 중요한 걸 학생들이 정말 몰랐을까요? 학생들은 2014년도 아닌데 당장 2011년도부터 언어가 내신 국어처럼 나올 거라고 믿었던 걸까요?
저는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를 꼬거나 전혀 듣도 보지 못한 신유형의 문제가 나왔다면 문제에 대한 적응력, 응용력이 부족해 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폭탄 문제들이 두 서너 개 정도 더 늘었다는 것 말고는 신 유형이나 매혹적인 오답을 갖춘 문제들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디서 본 내용들로 지문 독해가 예전보다 쉬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문제 몇 개 때문에 시간 부족 현상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고 볼 근거도 부족하죠. 가장 많은 학생들이 비문학 공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시간 부족 현상 때문은 아니라는 거죠.
제가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수만휘 등을 통해서 학생들의 사정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수시에 올인했던 학생들 중에서 수능 특히 언어 영역 점수가 예상보다 안 나온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올해는 유례 없는 수시 논술 대박이었는데요, 정말 많은 학생들이 수시 1차를 준비하느라 수능 최종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게 사실입니다. EBS에서 지문이 나온다고 하니까 쉽게 나올 것이라고 지레 집작하고 수능, 특히 언어 공부에 소홀히 한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죠. 이들은 언어는 공부한다고 해서 올라가거나 공부를 한 해도 떨어지지 않는 과목이고 EBS에서 쉽게 나온다고 하니까 그만큼의 시간을 논술에다 투자한 것이죠. 그동안 언어는 잘 나왔으니까 하면서 학생들이 너무 방심했다는 거죠.
여기서 제가 느꼈던 첫 번째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시 1차에 논술을 보는 학교들은 연세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 이대 서강대 같은 상위권 대학, 동국대 건국대 외대 같은 중상위권 대학까지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각 등급별로 일정한 비율의 학생들이 수시 준비를 수능 준비보다 더 열심히 하면서(예년보다 훨씸 많았죠) 이들이 실제 수능에서 언어 영역 점수가 떨어졌고 이것이 등급별로 잠수가 비슷하게 하락한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분석이죠.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
결국 수능 준비를 하면서 수시 논술도 준비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올해 입시는 수시 비중이 더 늘어나고 수시 미등록 충원도 가능해지면서 수시 논술은 적어도 고 3이라면 수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신이 탁월해 입학사정관제를 노려볼 학생들 아니라면 수능과 논술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 방법을 몰라 고생하고 있지요.
저는 비문학 공부를 하면서 객관식 문제만 풀지 말고 주관식으로 문제를 만들어서 글을 써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7월까지는 비문학과 논술을 동시에 준비하고 9월 수시 논술 시험 직전에 해당 대학의 기출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전 논술에 대한 감을 익히자는 것이죠. 그리고 8월부터 본격적인 논술 공부를 할 때도 논술 제시문을 분석하면서 이것이 비문학 지문으로 문제가 나온다면 이런 데에서 문제들이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식으로 비문학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은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 보는 훈련도 됩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여러분께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EBS에서 출제했는데,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비문학 만점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