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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살아가는 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빛을 비춰 인도해준다면 그들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박천응(49세) 한국다문화학교 설립추진운영이사회(이하 ‘설립추진운영회’) 상임이사는 요즘 스스로 그 ‘빛의 인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 한국다문화학교를 세우려는 게 그 첫 움직임이다. 설립추진운영회는 지난 9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추진대회를 갖고 학교 설립기금 모금, 교육과정 개발 등 잰걸음을 시작했다. 목표 개교연도는 오는 2012년이다. -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살아가는 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빛을 비춰 인도해준다면 그들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박천응(49세) 한국다문화학교 설립추진운영이사회(이하 ‘설립추진운영회’) 상임이사는 요즘 스스로 그 ‘빛의 인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 한국다문화학교를 세우려는 게 그 첫 움직임이다. 설립추진운영회는 지난 9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추진대회를 갖고 학교 설립기금 모금, 교육과정 개발 등 잰걸음을 시작했다. 목표 개교연도는 오는 2012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2월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약 118만 명이다. 한국인과의 결혼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의 수는 18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 여러 문제와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게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 문제다. 한국다문화학교의 설립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0일 박천응 상임이사를 만나 한국다문화학교에 관한 보다 자세한 얘길 들었다.
-설립추진운영회가 만들어진 배경이 궁금합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 중 취학 연령대의 학생은 3만1635명입니다. 하지만 이 중 83%인 2만2000여 명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어요.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의 비율도 초등생 15.4%, 중학생 39.7%, 고등학생 69.6%로 일반 가정 자녀보다 훨씬 높죠. 국내의 다문화 교육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공교육에서 체계적인 다문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다문화학교가 그 대안인 셈이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교육을 받으며 겪는 가장 큰 문제가 뭘까요.
“아무래도 언어 문제겠죠.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우리나라에서 공교육을 받으려면 반드시 한국어에 능숙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학생은 교과서를 ‘해석’하고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실력이 뒤처지게 마련이죠. 다문화 가정의 학생을 ‘짐’이나 ‘부담’으로 여기는 선생님과 친구들도 문젭니다. 그런 분위기를 못 견뎌 의도치 않게 공교육을 포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거든요.”
-한국다문화학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우선 초·중·고교생 200명을 모집해 안산 지역에 설립할 계획입니다. 형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식 인가(認可·인정해 허가함)를 받는 대안학교가 될 거고요.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가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기숙학교로 운영하려고 해요. 꼭 다문화 가정 자녀가 아니어도 다문화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면 입학 기회를 열어놓을 겁니다.”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정규 교과 과정은 그대로 가르치되 다중언어 교육, 창의성 교육, 예능 교육 등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 학생은 타갈로그어로, 몽골 학생은 몽골어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죠. 또 아빠·엄마 나라의 문화를 한꺼번에 배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에요. 부모님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를 고루 이해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겁니다.”
-소년조선일보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죠. 또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라며 다양한 문화를 접한 전형적인 다문화 가정 출신이에요. 제대로 된 교육만 이뤄진다면 국내 다문화 가정 학생 중에서도 ‘제2의 오바마’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요. 다문화 가정 출신이란 배경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남과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를 하나 더 갖고 태어난 거예요. 어린이 여러분도 주변에서 다문화 가정 친구와 마주쳤을 때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대해주세요.”
[The 인터뷰] "다문화 아이들에게 맞춤 교육 할 거에요"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한국다문화학교 설립추진운영회 박천응 상임이사
모국어 교육으로 언어 문제 해결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없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