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계속되는 추위와 폭설로 유럽 지역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건 ‘하늘길’. ‘크리스마스 항공 대란(大亂·큰 난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으로 손꼽히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선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각) 항공기 운항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히스로공항은 지난 주말부터 내린 눈이 20㎝ 높이까지 쌓이며 비행기가 제때 뜨지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여행객은 주말 동안에만 40만 명에 이른다.
공항 로비는 지난 주말부터 갈 곳 잃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수천 명의 여행객은 얇은 담요나 옷가지만 덮은 채 공항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개트윅·버밍엄·글래스고·브리스톨 등 영국 내 다른 공항의 사정도 마찬가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제2의 히스로공항 활주로를 곧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프랑스 파리 근처의 샤를드골공항도 4개 활주로 중 2개의 운영이 중단됐다. 공항에선 여행객 3000여 명이 밤을 새웠고, 1만3000여 명이 항공편 취소나 지연으로 여행에 차질을 겪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도 300여편의 항공이 취소되는 등 독일 전역에서 1000여 편이 결항(缺航·배나 비행기가 운항을 거름)됐다.
하루 전인 19일 벨기에 브뤼셀공항에선 1500여 명, 네덜란드 스히폴공항 터미널에선 수백여 명이 항공편 취소 등으로 공항에서 새우잠을 잤다. 25년 만에 최악의 폭설 사태가 벌어진 아일랜드 벨파스트공항과 더블린공항도 항공편 취소가 잇따랐다. -
차량과 철도 쪽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영국에선 폭설로 마비된 길 위에 차량을 버려두고 떠나는 운전자가 속출했다. 프랑스 국경지대엔 폭설로 인한 정부의 운행 제한 조치로 대형 화물트럭 수백 대의 발이 묶였다. 유로스타 등 유럽 각국을 잇는 고속열차의 운행도 지연되거나 취소됐다.
유럽연합(EU)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심 칼라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상이 나빠도 공항이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함한 유럽의 일부 화물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전망이다. 소매 상인들은 ‘크리스마스 효과’가 사라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스티븐 로버트슨 영국 소매업협회 사무총장은 “영국 소매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겨우 살아나려고 하는 시기에 나쁜 날씨가 찾아와 상인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뉴스] 폭설에 하늘길 '꽁꽁'·· · 여행객 발 묶여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유럽, 크리스마스 항공 대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