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이슈 앤 현장] 안양시· 경인교대 공동 운영 '학교 밖 꿈나무 안심학교'
양희동 기자 eastsun@chosun.com
기사입력 2010.03.29 03:11

맞벌이 자녀·교대생을 친자매처럼 연결
원어민 영어는 기본, 특기 적성 프로도 운영… 보육료도 훨씬 저렴

  • "선생님 꽃이 떨어졌어요" "선생님 이거 너무 어려워요 봐주세요"

    한꺼번에 선생님을 찾는 아이들 목소리에 보육교사 정유선(24)씨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진다.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경인교육대학교(총장 정동권) 경기캠퍼스 인문사회관 1층 101호 안. 66㎡(약 20평)와 80㎡(약 24평) 두 개 방으로 나눠진 교실 안에는 37명의 아이들이 책상 위에서 숙제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곳은 안양시가 경기도·경인교대와 함께 손잡고 2일 교대 캠퍼스 내에 문을 열어 앞으로 1년간 운영하게 된 '학교 밖 꿈나무 안심학교'다. 안양시는 작년부터 명학·호원초등학교 2곳에 꿈나무 안심학교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경인교대 안심학교는 맞벌이·한부모·저소득층 등 학교가 끝난 뒤 부모가 돌봐주기 어려운 가정의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육아와 교육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 지난 23일 오후 안양시 석수동 경인교육대학교 안‘꿈나무 안심학교’교실에서 아이
들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며 공부하고 있는 모습. / 양희동 기자
    ▲ 지난 23일 오후 안양시 석수동 경인교육대학교 안‘꿈나무 안심학교’교실에서 아이 들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며 공부하고 있는 모습. / 양희동 기자
    학부모와 아이 모두 만족하는 꿈나무 안심학교

    "(여기서) 놀면 좋은데 왜 빨리 왔어?"

    자신을 데리러 온 엄마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본 성민재(삼성초 1년)양은 가벼운 투정을 부렸다. 딸을 데리러 온 강희정(38·석수동)씨는 이런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번달부터 아이를 안심학교에 맡기고 있다는 강씨는 이곳이 일반 학원보다 낫다고 말했다. 강씨는 "안심학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해 보육시간이 다른 곳보다 길고 가격도 한달에 8만원으로 저렴하다"며 "특기 적성 교육, 대학생 멘토링 등 프로그램도 다양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넘어가는 과도기 아이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안심학교를 보내기 이전보다 지출도 한달에 9만원 정도 줄었다"며 "다음달부터는 원어민 교사가 영어 수업도 한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안심학교에서 주임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현(31)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개인별 수준에 맞는 교육도 하고 있다"며 "경인교대 안에 있다 보니 교대생들이 1대 1로 학습 지도를 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호응이 높다"고 했다.

    경인교대 안심학교는 37명 아이들 전원이 교대생 멘토를 가지고 있다. 이들 멘토들은 매주 화·목요일 1시간씩 아이들에게 취약과목 및 맞춤형 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 또한 형·언니·오빠·누나처럼 친근한 관계를 맺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학교 생활도 상담해주면서 정서 발달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학생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는 경인교대 유아교육과 송미숙(22·3년)씨는 "안심학교 멘토링은 공간시간을 활용한 순수한 자원봉사로 아이들에게 학습과 생활 지도를 하는 것이라 매력을 느꼈다"며 "1대 1로 아이들과 멘토·멘티로 지정돼 있어 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언니·오빠처럼 지켜봐 줄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 교육방식

    경인교대 꿈나무 안심학교는 일반 방과 후 학교들과는 다르게 대학의 인력풀과 인프라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다음달부터는 원어민 영어교실·수학교실·음악교실·생활체육 등을 대학의 전담 강사들이 직접 지도하는 특기 적성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음악교실의 경우 미국 줄리아드음대를 졸업하고 경인교대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정(39)씨가 수업을 맡는다. 바이올린을 구입하기 힘든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악기도 경인교대에서 직접 준비하기로 했다. 안심학교에서 실시하는 다른 모든 교육 프로그램들 역시 경인교대 과목별 담당 교수들이 참여해 감수를 마쳐 차별화시켰다.

    안심학교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유아교육과 이경민(44) 교수는 "단순히 보육 단계에 그치고 있는 일반적인 방과 후 학교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비록 안심학교 취지가 맞벌이 부부나 저소득층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지만 프로그램 수준은 상위 1%가 받는 교육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안심학교에서 멘토로 봉사하는 교대생들은 단순 학습 지도뿐 아니라 아이들이 롤(Role·역할)모델이 돼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안양시는 관내 어린이들을 위해 하굣길 순찰대, 귀가길 도우미 서비스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경인교대 꿈나무 안심학교를 통해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들이 자녀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운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