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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3시 30분, 경기 안양에 있는 경인교육대학교(이하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어디선가 나지막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음악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다다른 곳은 인문사회관 건물. 대학생이 그렸다고 볼 수 없는 서툰 솜씨의 미술 작품과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쓴 A4용지 크기만 한 알파벳이 1층 복도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누구의 작품일까?’ 강의실을 살짝 엿봤다.
“하나, 둘, 셋, 넷~.” 남수정 음악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다섯 명의 어린이가 바이올린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징글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 도중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박자를 놓치자 멋쩍은 듯 머리를 긁기도 했다. 수업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
오후 4시 10분, 옆 교실에선 어린이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Do you like Pizza?” (선생님)
“Yes, i do!” (어린이들)
타일러 클락 영어 선생님과 어린이들은 피자, 스파게티, 쿠키 등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그려진 카드를 이용해 단어와 영어 회화를 익혔다.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 답을 맞히겠다며 손을 번쩍 들고 “저요, 저요!”를 외쳤다. 수업시간이라기보단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는 듯 보였다. 경인교대가 운영 중인 ‘학교 밖 꿈나무 안심학교’ 현장이다.
학교 밖 꿈나무 안심학교는 직장 문제로 온종일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맞벌이·한부모·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만든 돌봄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과 후 학교와 달리 지역의 공공기관, 도서관, 대학 등에 설치돼 운영되는 게 특징. 수업만 듣고 집에 돌아가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데리러 오는 밤 9시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시 유앤아이센터에서 처음 문을 연 꿈나무 안심학교는 올해 경인교대와 수원여자대학, 경기도 제2청사, 오산 제일시장 고객만족센터 등 경기도 내 일곱 곳에 설치돼 2010년 12월 현재 초등 1~2년생 어린이 24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경인교대는 올 3월부터 운영 중이다. -
이경민 경인교대 꿈나무 안심학교 교장 선생님(경인교대 유아교육과 교수)은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님이 자녀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자녀를 사교육에 맡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며 “학습 지도와 특별활동 등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꿈나무 안심학교의 프로그램은 크게 방과 후 돌봄, 학습 지도, 특기 적성 교육, 체험 활동으로 나뉜다.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담당 선생님과 숙제를 하고, 멘토(조언자)로 나선 경인교대 학생들과 국·영·수 공부도 함께한다. 원어민 영어 선생님과 함께하는 영어 수업부터 컴퓨터·바이올린·체육·논술 수업까지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도 진행된다.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전용 보육실도 설치돼 있다. 보육실에선 간식과 식사도 제공한다. 참가비(약 8만원)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경기도와 안양시가 지원한다.
이 교장 선생님은 “맞벌이 가정의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게 아이의 안전”이라며 “경인교대 학생들이 어린이의 등·하굣길 지도를 맡아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경인교대에서 만난 김서현 양(경기 안양 호암초 2년)은 “(꿈나무 안심학교는) 집처럼 포근한 느낌이 좋다”며 “공부도 하고 악기도 배울 수 있어 학교 오는 시간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꿈나무 안심학교는 현재 운영 매뉴얼 연구가 끝난 상황이다. 이경민 교장 선생님은 “앞으로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학교 밖 꿈나무 안심학교가 운영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생각”이라며 “방학 중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습·특별활동·하교도 안전하게 "엄마, 이젠 걱정 마세요"
안양=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경인교대 '학교 밖 꿈나무 안심학교' 현장 스케치
맞벌이·저소득 가정 위한 지역사회 돌봄 프로그램
오후 9시까지 안전하게 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