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영어 과목이다. 초등생 때부터 웬만한 어린이는 영어 공부에 매달린다. ‘영어 실력을 쌓으려면 학원에 다니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많은 어린이가 방학 때면 수강료 비싼 학원에 등록하거나 해외 캠프를 떠난다. 하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영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게 ‘영어 일기 쓰기’. 방학마다 주어지는 일기 쓰기 과제를 활용해 ‘영어 도사’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모르는 말은 한글로, 형식은 자유롭게 써보세요”
이주상(경기 성남 서현초등 5년) 군은 수십 권의 일기장을 갖고 있다. 초등 1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쓰기 시작한 일기가 차곡차곡 쌓여 이제는 책으로 엮고도 남을 분량이 된 것.
주상이의 일기장은 조금 특별하다. 우리말과 영어가 번갈아가며 쓰여져있기 때문이다. 주상이는 “처음부터 영어로 완벽한 문장을 쓰긴 어려워 ‘I will give you a 딱지’처럼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우리말로 표현하고 아는 영어 어휘를 활용해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제나 형식은 자유롭다. 글 대신 만화를 그리거나 사진을 붙이기도 하고 만나고 싶은 인물을 가상 인터뷰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영화나 책을 보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정리한 날도, 가족 얘길 쓴 날도 있다.
“영어 일기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게 아니어서 부담을 갖지 않았어요. 쓰다가 모르는 표현이 있으면 부모님께 여쭤보거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죠. 또 형식에 구애받지 않다보니 꾸준히 쓸 수 있었어요.”
영화나 TV, 책에서 본 영어 표현은 외워뒀다가 일기 쓸 때 활용하기도 했다. 단어만 바꿔 베껴 쓰는 식이다. 주상이는 “영어 일기를 쓰면서 글쓰기 능력과 사고력, 상상력도 키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영어 일기는 꼭 영어를 잘해야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완벽하게 쓸 필요도 없어요. 모르는 단어는 우리말로 표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향상되죠. 친구들이 영어 일기 쓰기를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일단 시작”이 중요 자주 쓰이는 표현은 ‘예습’
영어 일기를 쓸 때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김미희 서현초등 선생님은 “시작이 반이란 말처럼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윤정 정철연구소 언어연구실 팀장도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내용이나 책을 읽고 난 느낌 등 다양한 내용과 방법으로 영어 일기를 써보라”고 권했다.
일기 쓸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 이를테면 기분을 나타내는 형용사와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 날씨·날짜·월·요일 등을 미리 익혀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모님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녀가 영어 일기 쓰기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자주 칭찬해주고 일기 주제를 찾을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 김미희 선생님은 “부모님은 자녀에게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등을 질문해 영어 문장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돕는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월요 기획] 겨울방학, 우등생 따라잡기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