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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삐릭삐릭 전자음을 내며 움직일 듯한 로봇, 암호 같은 문자를 모니터 가득 띄운 수십 대의 노트북,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는 학생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누리꿈스퀘어(마포구 상암동) 특수촬영 스튜디오에선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기술 동아리 경진대회 ‘2010 테크마니아 페스티벌’ 현장이다.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미디어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무선조종자동차경주와 K1A1(한국의 주력전차인 K1의 개량형) 조립대회 등으로 진행됐다. 이틀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행사장에선 ‘레고 마인드 스톰’ 로봇대회가 한창이었다. -
초·중·고교생이 직접 레고 로봇을 조립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동시켜 기량을 겨루는 이 대회엔 전국에서 600여 명의 선수와 지도교사가 참여했다. 각각의 로봇이 주어진 시간 안에 빨간색과 파란색 깃발을 얼마나 많이 골인 지점에 넣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나는 방식. 개수가 같다면 상대적으로 빨리 골인시킨 팀이 이기는 기록경기였다.
‘Virus(바이러스)’란 팀명으로 대회에 참가한 김재하 군(강원 춘천 봄내초 6년)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열린 세계로봇올림피아드(WRO)와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FLL(First Lego League) 등 세계 대회에도 참가한 ‘로봇 전문가’다. 김 군은 “내가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는 걸 보면 로봇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로봇 사랑’을 고백했다. ‘Virus’ 팀 지도교사인 김상헌 대한창작지능로봇협회 강원지회장은 “기본 교육만 내가 했을 뿐 이후 과정은 모두 학생들의 작품”이라며 “스스로 고민해 만든 결과물인 만큼 창의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아들 김종윤 군(충북 청원 남일초 2년)과 함께 가족 나들이에 나선 윤종근 씨(45세)는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로봇 제작 과정이 두뇌 계발에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 조립을 좋아해 이번 대회를 준비할 때도 많이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전까지 자신의 로봇을 손보느라 바빴던 김 군은 “자동차를 좋아해 이번에도 자동차 로봇을 만들었다”며 “특히 엔진에 관심이 많아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은 신은호 군(충북 청주 금천초 6)과 강중구 군(충북 청주 주중초 5)으로 구성된 초등부 ‘공군 에이스’ 팀이 차지했다.
로봇 꿈나무들 손에 땀 쥔 명승부
성서호 인턴기자
bebigger@chosun.com
2010 테크마니아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