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대형 마트, 누굴 위해 존재하나?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
기사입력 2010.12.14 09:50

판매 중단 선언한 5000원짜리 '통큰 치킨'

  • 서울 구로구에서 페리카나치킨집을 운영하는 정영화(54세) 사장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롯데마트가 지난 8일 “내일부터 전국 82개 점포에서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1년 내내 5000원에 팔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정 사장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대부분 회사에서 재료 등을 받아 치킨을 만들어 판다”며 “포장비와 인건비, 건물 임대료 등을 더하면 5000원에 파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난 9일 롯데마트가 선보인 5000원짜리 프라이드 치킨‘통큰치킨’을 사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9일 롯데마트가 선보인 5000원짜리 프라이드 치킨‘통큰치킨’을 사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가격은 1/3로 낮추고 용량은 20% 이상 늘려 반응 ‘폭발’

    지난 8일 롯데마트가 내놓은 ‘5000원짜리 치킨’의 제품명은 ‘통큰치킨’이다. ‘통 크게 값을 낮췄다’는 뜻이다. 실제로 5000원이면 동네 치킨집 프라이드 치킨의 평균 가격(1만2000~1만7000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마리당 평균 중량(900g)도 기존 치킨 전문점보다 20~30% 늘었다.

    롯데마트는 치킨 값을 낮춘 비결로 네 가지를 꼽았다. △생닭과 튀김가루 등 원료를 매주 계산해 사전 계약하는 방식으로 원가를 낮췄고 △매장에서만 판매해 배달 비용이 들지 않으며 △무와 소스 등을 별도 판매하고 △치킨 전문점과 달리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그것. 조정욱 롯데마트 조리식품담당 상품기획자(MD)는 “치킨 체인점과 달리 체인본부를 거치지 않고도 원료 공급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대형마트의 장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12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통큰치킨은 지난 9~11일 사흘 동안 전국적으로 7만4000여 마리가 팔렸다. 점포별로 준비한 평균 300마리의 하루 물량이 전부 동난 것. 서울 청량리점·도봉점 등 주요 점포에선 판매 시작 30분도 안 돼 접수가 마감됐다.

    ◆4일 만에 “판매 중단” 결정···남은 닭은 불우이웃에 기증

    하지만 ‘롯데 치킨’을 둘러싼 논란은 거셌다. 강삼중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장은 “IMF와 최근 금융위기(2008년) 이후 실업자가 늘었고, 이들이 퇴직금으로 차린 게 대부분 치킨·피자가게”라며 “대형 유통업체가 서민들의 마지막 생활 방편까지 빼앗아가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 아닐까요”라고 지적했다. 치킨업계도 연일 시위를 벌이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요청 계획을 세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결국 롯데마트는 13일 치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이날 “각계각층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는 16일부터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다”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미리 준비한 닭 5만여 마리는 각 점포 인근의 불우이웃에게 기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