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배 우승 '돈암초 축구부' 이야기
김재현 기자 kjh10511@chosun.com
기사입력 2010.12.14 09:50

"새벽·휴일에도 연습… 열정으로 우승 일궜어요"

  • 서울 돈암초등학교(교장 신입철) 축구부 어린이들에게 2010년은 각별하다. 지난 10월 열린 제25회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간경기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방과후학교에서 체육활동을 하는 어린이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자리였다. 당연히 참가자는 100%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운 적이 없는 ‘아마추어 선수’ 들이었다. 하지만 경기 과정 자체는 프로 대회 못지않았다. 교육지원청별 예선이 시작된 3월부터 최종 결선까지 걸린 시간은 장장 7개월. 프로 선수가 하나의 시즌을 치러내기 위해 보내는 시간(8~9개월)에 맞먹는 일정이다.

  • 서울 돈암초 축구부 어린이들에게 2010년은 ‘최고의 해’ 였다. 지난 10월 대회 우승 당시의 기쁨을 다시 보여달라고 부탁하자, 어린이들은 결승전 종료 직후 그랬듯 공을 던지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서울 돈암초 축구부 어린이들에게 2010년은 ‘최고의 해’ 였다. 지난 10월 대회 우승 당시의 기쁨을 다시 보여달라고 부탁하자, 어린이들은 결승전 종료 직후 그랬듯 공을 던지며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하지만 연습 기간 내내 돈암초 축구부원들은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축구를 즐겼기 때문이다. 한병화 돈암초 축구부 감독은 “우리 부원들은 비가 와서 연습을 못한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하나같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신입철 교장 선생님 역시 “이번 대회 우승은 우리 학교 축구부원들이 진심으로 축구를 즐긴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돈암초 우승의 주역들을 만났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방과후학교 활동을 신청할때마다 고집스럽게 축구반만 선택했던 6학년 동갑내기 김우택 군과 고준석 군이 그 주인공. 둘은 나란히 주장과 부주장으로 활약했다. 축구를 통해 어느덧 훌쩍 자란 두 어린이의 사연을 일기 형태로 재구성했다.

    우택이의 일기 “우승 비결은 끈끈한 팀워크”

  • 주장 김우택 군
    ▲ 주장 김우택 군
    올 3월 우리 팀은 서울 성북교육지원청예선 리그에서 우승했다. 성북교육지원청을 대표해 결선에 나갔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우린 우승을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서울 시내 초등학교가 587개나 됐다고 한다. 거기서 1등을 한 거다. 정말 대단하다.

    돌이켜보면 7개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연습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였다. 날 비롯해 친구들 대부분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학원에 가야 했다. 모든 부원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은 매주 목·금요일 방과후학교 시간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우린 시합이 다가올 쯤엔 아예 새벽에 나와 연습을 했다. 전날 학원 숙제 때문에 피곤할 법도 한데 애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나와줬다. 연습은 일요일에도 계속됐다. 다들 열심이었다.

    오랜 연습을 통해 협동심도 많이 길렀다. 결승전 때도 부원들이 힘을 합쳐 점수를 지켰고 승부차기까지 이끌어냈다. 그때 감독님이 내게 골키퍼를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내심 자신감이 있었다. 세 번째 공격에서 상대편 주장의 공을 막아냈을 땐 정말 짜릿했다.

    우리 팀이 축구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 모두는 축구를 즐겼고, 그 덕분에 우승을 거뒀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학교 선생님들, 감독님의 도움도 잊을 수 없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지만 그때도 5학년 동생들을 위해 주말마다 학교에 나와 연습 상대가 돼줄 생각이다. 내년 대회에서도 우리 학교가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준석이의 일기 “친구도, 자신감도 얻었어요”

  • 부주장 고준석 군
    ▲ 부주장 고준석 군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수영, 그리고 축구다. 수영은 초등 1학년 때부터, 축구는 3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수영은 실력이 꽤 좋아 대회에 나가면 상도 타곤 했다. 하지만 '수영 선수가 돼야지!’ ‘축구 선수를 해볼까?’ 같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눈 깜짝할 새 6학년이 됐다. 갑자기 문득 ‘뭔가 한번 해보고 싶다’ 는 마음이 생겼다. 축구부 활동은 그런 내게 강한 자극제가 돼줬다.

    우리 학교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쉽게 3등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번엔 꼭 1등을 하고 싶었다. 우택이도, 나도 드리블 실력은 다른 팀 선수에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부원 전체의 조직력을 갖추는 일이었다. 우린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뭔지 잘 알았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승했다.

    대회를 준비할 땐 시간이 부족해 아침마다 축구 연습을 했다. 덕분에 예전에 비해 훨씬 부지런해졌다. 연습 과정을 통해 축구부 친구들과도 더 친해졌다. 한 경기 한 경기 승리를 거두며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역시 성과다.

    물론 우리가 프로 선수들처럼 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며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대회를 준비하며 올 한 해를 함께 보낸 돈암초 축구부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중학생이 돼서도 서로 연락하며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돈암초등학교 축구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