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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시교육연수원(서초구 방배3동) 우면관에서 서울시교육청 지정 ‘2009 개정 교육과정 선도학교 합동보고회’ 가 열렸다. 서울시 586개 초등학교에서 교감 선생님과 교육과정 부장 선생님을 비롯해 1500여 명의 선생님이 참가했다. 선도학교로 지정된 대림초 ·동호초·서신초 ·안암초 등 4개 초등학교는 지난 1년 동안 각각의 특색을 살려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을 운영했다.
◆교육과정 바꿨더니 학업성취도평가서 부진아 ‘0명'
서울 동호초는 수업시(간)수를 20% 내에서 늘리거나 줄이는 교육과정 운영 방식을 통해 기초·기본교육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바뀐 교육과정을 기획한 유정현 선생님은 “지난 7월 시행된 국가학업성취도평가에서 부진아 0명을 기록한 게 그 성과” 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또한 전교생의 89%가 맞벌이 가정 자녀인점, 한 자녀 가정 비율이 33%가 넘는다는 점에 힌트를 얻어 ‘어깨동무 학습’ 등 학년 간유대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동호초를 포함, 4개 선도 학교의 공통점은 학교의 특성과 자율성을 잘 살렸다는 것이었다. 홍선의 서울 서신초 선생님은 “학교가 위치한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구성, 학생들의 특성, 교사의 태도 등 학교 구성원의 실태를 세심하게 파악한 덕분에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운영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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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지난달 24일 열린 서울시교육청 지정 2009 개정 교육과정 선도학교 합동보고회에서 유정현 서울 동호초등 선생님이 집중이수제 운영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②서울 동호초등 1~3학년 통합 동아리 중 하나인 종이접기부의 수업 모습. 이 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중 하나인 동아리 활동을 3개 학년이 주 1회 진행해오고 있다. ③서울 서신초 등은 3·4학년 음악과 미술 시간에 교과 집중이수제를 적용해 1학기엔 음악, 2학기엔 미술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사진은 서신초 어린이들이 음악 수업을 받는 장면. / 서울 동호초등·서울 서신초등 제공
◆학교별 준비 미흡… “주요 과목 위주 편성” 우려도
하지만 모든 학교가 선도학교처럼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내년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전국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 합동보고회에 참가한 김원석(가명) 서울 A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은 “잘 운영된 학교들을 보고 참조하기 위해 참석했다” 며 “동호초 프로그램이 좋아 보이지만 아파트촌이 많은 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는 쪽방촌 등 주변 환경이 열악해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 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부터 시행돼야 할 학교별 구체적 운영계획이 1개월 전인 내년 2월에야 확정된다는 점도 문제다. 교사들의 전근과 인사 배정이2월에 이뤄져 학교별 계획을 세워도 운영 주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숙(가명)서울 B초등학교 선생님은 “내년에 (2009 개정교육과정이 바로 적용되는) 1·2학년을 맡지않으려는 선생님이 꽤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초등 1·2학년 선생님들의 고민 중 하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선 학교의 재량으로 교과군(敎科群·공통된 특성에 따라 묶은교과)에 따라 20% 내에서 수업을 조정할 수있다. 조영남 대구교대 교수는“ 과목을 조정할 때 주요 과목 위주로 편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예체능 과목 등은 소외된다” 며 “초등 교육은 기초 교육의 성격이 강한 만큼 이런 식의 수업시수 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염려했다.
◆전문가,“ 크게, 멀리 내다보는 교육과정 운영 노력을”
조희숙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장학사는 “교육청 차원에서 체육이나 미술, 음악수업 등을 임의로 줄일 수 없도록 기본 원칙을 정했다” 고 말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적용 이후 예체능 수업이 축소돼 학생 건강이나인성교육이 침해받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지침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정용호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기획과 연구사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1·2학년 선생님이 담당할 게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며 “미리 준비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학교는 앞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영남 교수는 “교육과정이 수시개정의 형태로 변하면서 개정 기간이 빨라지고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게 된 건 장점이지만 큰 변화의 흐름을 담아내진 못하고 있다” 며 “부분개정의 반복이 아니라 ‘크게, 멀리 내다보는’ 교육과정 운영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학교 특성·자율성 살렸더니 학업부진 '제로'
이윤정 인턴기자
yjlee@chosun.com
'2009 개정교육과정 선도학교' 살펴보니…
내년 3월 초등 1·2학년 대상 첫 시행 선생님 아닌 학교 차원의 대책 필요 국·영·수 과목 위주 수업 편성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