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광(光) 내는 천사… "기부로 '마음의 병' 치료해요"
임주현 아름다운재단 간사
기사입력 2010.12.03 10:36

[나눔으로 쑥쑥] 구두 닦아 10년째 기부

  • ‘나눔이란 가진 게 없어도 부자로 살 수 있는 것.’ 구두미화원 이창식 씨의 작은 가게엔 간판 대신 이 문구가 걸려 있습니다. 아, 손님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빨간 돼지 저금통도 있군요.

    한 평 남짓한 곳에서 하루 열두 시간을 보내는 이창식 씨는 매일 구두를 수선하고 닦느라 분주합니다. 구두미화원을 시작한 지 어느덧 28년이 됐죠. 하지만 지난 28년이 늘 즐거웠던 건 아닙니다. 가정 불화와 건강 악화 등 혼자서 짊어지기엔 너무 어려운 과정이 많았거든요. 지난 2000년 겨울,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이창식 씨는 다시 해보잔 생각에 그동안 놓았던 구두 수선점의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홀어머니 손에 맡겨뒀던 딸도 데리고 왔죠. 그날 이창식씨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이제 몸도 추스르고 마음도 다스렸으니 내년부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도와주는 게 어떠니?”

  • 마음의 광을 내는 구두 수선점 사장님 이창식 씨 / 아름다운재단 제공
    ▲ 마음의 광을 내는 구두 수선점 사장님 이창식 씨 / 아름다운재단 제공
    ◆1% 나눔을 실천하는 ‘나눔 골목’

    어머니의 제안을 골똘히 생각하던 이창식 씨는 우연히 아름다운재단의 ‘1% 나눔’ 캠페인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2001년부터 매달 수입의 일부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벌써 10년이 다 됐죠. 그 나눔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이창식 씨가 퍼트린 ‘나눔 바이러스’가 그가 일하는 골목 곳곳으로 퍼져 나간 거죠. 이창식 씨의 일터 주변엔 1% 나눔을 실천하는 ‘나눔의 가게’가 여럿입니다. 이웃 가게 사장님은 “구두 수선점으로 어렵게 살면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이씨의 모습에 감동 받아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식 씨의 나눔 바이러스 영향 때문일까요?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수선비를 치르고 남은 돈을 돼지 저금통에 흔쾌히 넣곤 한답니다.

    ◆나눔의 힘이 가져다준 선물
  • 이창식 씨를 모델로 한 아름다운재단의 포스터 / 아름다운재단 제공
    ▲ 이창식 씨를 모델로 한 아름다운재단의 포스터 / 아름다운재단 제공
    10년 동안이나 나눔을 실천한 이창식 씨는 이젠 ‘나눔 전도사’가 다 됐습니다. 이씨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 남긴 말은 그가 경험한 나눔의 힘을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서울 영동대교 북단 기업은행 앞 노상 구두수선센터에서 28년째 일하고 있는 이창식입니다. ‘1% 나눔 캠페인’을 접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네요. 시작은 1%였지만 지금은 10%가 훨씬 넘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며 가장 잘한 일이 바로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평도 안 되지만 일터가 있다는 게 무척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기부를 망설이는 여러분과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속적 실천이 중요하지요. 실천을 하고 나면 부정적 마음도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생활은 더욱 윤택해지고 가정 또한 늘 화목해진답니다. 저희 가족처럼요! 지난날 가졌던 몸과 마음의 병은 의사의 진료나 약 없이도 말끔히 치료가 됐답니다. 모두 다 나눔의 힘 덕분이에요. ‘나눔’이란 가진 것 없이도 부자로 살 수 있는 힘입니다. 가게에 찾아오시는 손님과 제가 만나는 모든 분께 나눔과 기부의 소중함을 알리고 동참을 권유할 예정입니다. 기부를 망설이는 ‘예비 기부자’님들, 나눔을 실천해보세요!”

    ◆이창식 씨의 새로운 꿈
  • '기부자’를 넘어 ‘시민 모금가’란 새로운 타이틀을 단 이창식 씨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내년 1월 말까지 1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아보자’는 계획이죠. 이창식 씨는 주말마다 고등학생 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한강 둔치를 돌며 시민들에게 기부 참여를 권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창식 씨에겐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고향 강원도에 가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더불어 사는 거예요. 10년 동안 나눔을 실천하면서 꿈이 하나 늘어난 거죠. 이창식 씨는 “그날까지 열심히 일할 것”이란 한마디로 굳은 결의를 다집니다. 절망적인 삶의 끝에서 한줄기 희망으로 시작된 그의 구두수선점은 ‘마음의 광을 내는 구둣가게’로 불립니다.

    여러분도 이창식 씨와 같이 ‘나눔’을 꿈꿀 수 있답니다. 아름다운재단 어린이나눔클럽을 통해 ‘마음의 광(光)’을 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