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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暴露·감춰져 있던 사실을 드러냄)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ww.wiileaks.org)가 지난달 28일 미국의 외교전문(電文·전보문) 25만여 건을 공개해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날 공개된 외교전문엔 미국의 외교방식과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내용이 포함됐다.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등 한국 관련 내용도 일부 있었다. 미국 정부가 반기문 사무총장 등 유엔(UN) 핵심 관계자들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는 내용, 세계 각국 정상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당사자인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한목소리로 비난과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은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전 세계 여러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분별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이번 사태는 세계 외교가의 9·11 테러 사건”이라며 “국가들 간 신뢰관계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부 국가는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스테픈 파나케레 벨기에 외무장관은 “미국의 외교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1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운영… 서버는 스웨덴에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사람이 다양한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찾는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온라인 백과사전’ 으로 불리는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다. 호주 국적의 해커이자 위키리크스 창업자인 줄리언 어샌지(39세)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국 BBC방송에서 어샌지는 “위키리크스는 다수의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자문위원회와 자원봉사자의 참여로 운영된다. 100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세계 각국의 기자와 기관·단체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다. 위키피디아와 한 가지 다른 점은 이용자가 정보를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일단 입수된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일단 자문위원이 자료를 분석해 사실 여부를 증명한 후 독자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보도 기사와 자료 원문 그대로를 공개한다. 위키리크스는 폭로 전문이라는 성격상 법으로 익명성을 보장하는 스웨덴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별도 본부는 없다.
◆“美외교전문 공개는 시작”… 120만 건 폭로 예고
위키리크스가 화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12월 사이트가 문을 연 후 영국 소수정당 인사의 개인정보, 미국 공화당 전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의 이메일 내용, 아프리카 연안의 독성물질 투기 관련 메모 등을 잇따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 4월엔 미군 헬리콥터가 이라크에서 외국인 기자 등 민간인 12명을 적군으로 잘못 보고 공격한 2007년 동영상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위키리크스는 현재 120만 건에 이르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리안 어샌지는 지난달 29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미국 외교부 문서) 공개는 시작일 뿐” 이라며 “다음 목표는 미국의 거대 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뉴스] 미국 외교전문 25만건 공개 '세계가 들썩'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뭐기에?
김지혜 인턴기자
april09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