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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중 가장 서러운 게 뭔지 아세요? ‘춥다’와 ‘배고프다’예요. 아마 요즘 어린이들은 그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 주변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춥고 배고프게 겨울을 나는 이웃이 적지 않답니다. 그런 분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연탄에 담아 전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에요.”
1980년대 서민들의 월동(越冬·겨울을 남) 준비 품목 1순위였던 연탄. 요즘은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열 효율이 뛰어난 가스나 기름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여전히 20만여 가구는 겨울철 난방을 연탄에 의존한다.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르신이 혼자 사는 가정, 혹은 비싼 난방비 때문에 기름·가스 보일러를 돌릴 수 없는 가난한 가정이다.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덩달아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식구들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004년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다. 유독 춥다는 올겨울의 길목에서 이 단체의 원기준 사무총장을 만나 ‘봉사’와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왜 하필 ‘연탄나눔’인가요.
“성금을 모으거나 쌀을 전달하는 방법도 물론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연탄을 나누는 것만큼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연탄을 나누려면 배달을 해야 합니다. 자동차로 갈 수 없는 산동네, 달동네에 사는 이웃에게 연탄을 전달하려면 사람의 손길, 정성이 필요해요.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자원봉사자들이 땀 흘리며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나눔을 느낄 수 있는 거죠.”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 참여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을 시작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경제가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얘기예요. 신기하고도 고마운 일이죠. 2007년엔 1만2000명에서 지난해엔 4만명으로 봉사 참여자 수가 크게 늘었어요. 올해도 4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함께할 예정입니다.”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연탄 구입과 배달 모두 100% 후원으로 이뤄집니다. 후원액과 후원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지원 규모도 커지는 구조예요. 성금으로 연탄을 사도록 도움을 주시는 분과 연탄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 전해줄 자원봉사자가 힘을 합쳤을 때 연탄나눔운동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런 절차를 통해 지난 6년간 2500만 장의 연탄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됐습니다. 올해는 1만 가구에 300만 장의 연탄을 전달하는 게 목표예요.” -
-어린이들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연탄나눔운동의 장점 중 하나는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어린이들이 직접 배달에 나서는 건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이 넘거든요. 하지만 자원봉사자 중엔 가족이나 선생님과 함께 배달에 나서는 초등학생이 꽤 있어요. 홈페이지(www.lovecoal.org)에서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 배달 장소와 시각이 정해지는 대로 공지합니다. 연탄을 직접 옮기는 게 어렵다면 용돈을 모아 연탄 구입비를 기부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친구들과 모은 동전을 기부한 어린이도 있었답니다. 동전을 세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는데 다 합치니 50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이었어요.”
-겨울이 되면 어려운 이웃을 저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올겨울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봉사는 거창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니에요.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웃을 돕는 것, 돕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나눔과 봉사는 가슴에서 가슴으로, 눈에서 눈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거예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이란 말도 있잖아요. 이번 겨울엔 어린이 여러분도 ‘받는 즐거움’ 대신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The 인터뷰]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원기준 사무총장 "산동네·덜동네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해요"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연탄 구입·배달 100% 후원으로 진행
'이웃 돕겠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해